“공정한 채용이요?” 그 말, 누가 먼저 믿었나요
(시간이 꽤 된 이야기라 대화에 정확한 단어까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 후배가 나한테 따지면 어쩔 수 없다.)
형, 솔직히 말해봐요.(여자 후배인데, 날 형이라고 불렀다.)
이번에도 정해진 사람 있는 거죠?”
올해 하반기 채용 공고가 막 올라간 날이었다.
커피 한 잔 들고 복사기 앞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중,
평소 말이 적은 후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아니야. 이번엔 진짜 공정하게 진행해.
오픈 경쟁이고, 심사도 기준대로 갈 거야.”
나는 그렇게 답했다.
그런데 그 후배는 씁쓸하게 웃었다.
“형 말 믿고 싶긴 한데…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 말이 마음 깊이 박혔다.
나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통하지 않는 순간,
인사담당자로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벽을 느낀다.
절차가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한 제도가 아니었다.
사실 대부분의 채용은 절차상 큰 문제없이 진행된다.
공고도 명확하고, 서류와 면접 절차도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결국 또 낙하산이었네.”
“인턴 출신이면 뭐 하러 공채랍시고 모집했을까.”
“상무님 아는 사람이 들어왔다더라.”
그 한마디 한마디가 인사제도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그동안 우리는 그것을 '오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인 내가 느끼는 건 오해가 아니라 무력감이다.
설명할 수 없고, 납득시키기 어려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공정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진짜 뒷.담.화.
참고로 나랑 대화했던 그 후배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술자리에서는 "내말 맞죠?" 이런 대화를 나눴다.
결국 내가 술을 사게되는 .....
인사담당자들에게는 이런 활동비도 지원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외부 채용에 대한 무기명 피드백 설문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공고 내고 서류 내라 했나요? 들러리 세우는 겁니까?”
그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땐,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말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다.
반복된 무력감, 설명되지 않는 결과,
그리고 조직에 대한 신뢰 상실이 만들어낸
응축된 한 문장이었다.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 앞에서
절차를 강조해 봤자 의미가 없다.
절차는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채용 업무를 한다.
그리고 여전히 공정하게 뽑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을 상대가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채용 기준을 설명할 때,
이렇게 말한다.
“이번 채용은 우리가 먼저 기준을 공개하고,
그 기준에 따라 면접과 평가를 진행합니다.
누가 최종에 오르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다음 채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니까요.”
공정함이란 말은, 이제 조심스럽게 꺼낸다.
설명할 수 있을 때에만, 그 말을 쓸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성과급에 화가 난 진짜 이유 – 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성과급 발표 다음 날, 한 직원이 책상을 세게 치고 나갔다.
그때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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