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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시간 1편《금요일 밤, 노트북 앞에서》

한 주를 되돌아보며, 돈과 아이와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라이브러리 파파

한 주를 되돌아보며, 돈과 아이와 나를 돌아보는 시간

라이브러리 파파 캐릭터 젊은 아빠.jpg

아이들이 잠든 금요일 밤,
거실 불을 낮추고 노트북을 켰다.


커피 한 잔을 내려 책상 한편에 두고
조용히 마주 앉은 이 작은 화면.

지금 이 시간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아빠인 내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돈의 흐름을 따라 마음을 되짚는다

이번 주 카드 사용 알림이 몇 번이나 울렸던가.
커피 한 잔, 아이 학원비, 서점에서 산 그림책 몇 권.
‘의미 있는 소비였나?’라는 질문 앞에
나는 가끔 고개를 떨군다.

무심코 흘려보낸 지출들 속에서
사실은 피로, 허전함, 불안감이 섞여 있기도 했다.

재테크는 수익률을 계산하는 기술보다
매주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되짚는 감각이다.

이번 주 내가 쓴 돈의 방향이
내 삶의 방향과 같았는지
이 노트북 앞에서 조용히 묻는다.

아이는 내 말투로 자란다

이번 주 아이에게 몇 번이나
"왜 또 틀렸어?"라고 말했을까.
몇 번이나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말했을까.

어떤 날은 내 기분이 먼저 앞섰고,
어떤 날은 아이의 말보다
내 감정에 더 귀 기울였던 것 같다.

육아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떤 얼굴을 보여주었는지가
훨씬 오래 남는 일이라는 걸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아이에게 하는 말은
결국 내 안의 말투다.
금요일 밤, 이 문장을 쓰며
내 다음 주 말투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조용한 성과도 기록해 본다

성과는 누군가의 박수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해낸 하루하루가
한 주를 만들고
한 해를 바꾼다.

이번 주 나는
출근 전 책을 한 장 더 읽었고
블로그 글 하나를 미뤘고
아이의 눈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단한 성공은 없어도
이런 작은 정리들이
내 삶을 조금씩 앞으로 밀어준다.

성과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그것이 다음 주를 만든다.

금요일 밤은 나를 만나주는 시간

한 주 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았던가.
그러나 금요일 밤 이 고요한 순간에야
비로소 나는
내 마음속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시간은 정산이 아니다.
마음의 셈이다.

나는 이번 주,
돈을 내 기준대로 흘려보냈는가.
나는 이번 주,
아이의 말에 눈을 맞췄는가.
나는 이번 주,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잊지 않고
다음 주에도 조용히 이 자리에 앉아 있기를.

금요일 밤,
누군가는 야식을 고르고,
누군가는 넷플릭스를 켜지만
나는 내 삶의 다음 한 주를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설계해 본다.

그렇게 나는
‘나도 잊지 않는 아빠’가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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