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남았지만, 그날의 공기는 사라졌다
형은 요즘 사진첩을 잘 안 봐.
수천 장이 저장돼 있는데,
그 안에 담긴 날의 온도는
왠지 하나도 느껴지지 않더라고.
그때 웃고 있었는지,
속으로 울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기록은 남았지만,
기억은 희미해졌어.
그 반대로,
어느 날의 냄새나 햇빛,
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사진도 없고, 글도 없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그게 바로 기억과 기록의 차이야.
기억은 불안정해.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고,
디테일도 흐릿해지지.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장면은
계속 남아.
말투, 빛, 감정, 표정.
기억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아.
느낌을 저장하지.
그래서 형은 가끔
기록하지 않고 그냥 바라봐.
한 장면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남더라.
기록은 정확해.
언제, 어디서, 무엇을.
글, 사진, 영상.
다 남겨두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어.
그런데 거기엔
감정의 진심이 빠진 경우가 많아.
SNS에 올린 여행 사진.
가장 예쁜 순간만 골라 올렸지만
사실 그날 감기 때문에
두통이 심했을 수도 있어.
기록은 정보를 남기지만
진짜 마음은
그 기록 밖에 있을 때도 많아.
형이 보기엔
기억과 기록은
경쟁이 아니라 균형이야.
중요한 감정은 기억하려고 노력해
잊으면 안 될 약속은 기록해
사진은 찍되, 순간을 먼저 바라봐
글을 쓰되, 그 감정 안에 오래 머물러
기록은 꺼낼 수 있는 나,
기억은 살아 있는 나야.
언젠가 사진첩을 열었는데,
화면은 빛나는데
내 마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
그때 생각했어.
“남긴다는 건 단순히 저장이 아니구나.”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
진짜 내 마음을 발견할 수도 있어.
기록은 날카롭지만,
그 날카로움이
어쩌면 감정을 자를 수도 있어.
오늘 너는
기억하려 하고 있니,
기록하려 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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