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골목길에서 길을 잃을 때, 나를 찾는다
형은 가끔 충동적으로 표를 끊어.
숙소도 정하지 않고,
짐도 대충 하나 챙겨서
그냥 떠나버리는 여행.
정해진 코스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기껏해야 "오늘은 바다나 보고 올까" 하는 수준.
그런데 신기하지.
그런 여행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나를 마주할 때가 있어.
무계획 여행은 말 그대로
“아무 데로나 가보자”는 자세야.
가고 싶은 데로 걷고,
배고프면 아무 식당에 들어가고,
그 도시의 공기를 있는 그대로 들이마셔.
그 안엔 기대도, 실망도 적어.
순간에 몰입하는 법을 배우게 되거든.
계획이 없으니 실패도 없고,
하루가 망쳐질 일도 없지.
“이게 아닌가?” 싶은 순간도,
“그럼 다음 골목으로 가보자” 하고 끝나.
그 느슨함이
어쩌면 우리를 가장 유연하게 만드는 시간 같아.
반면, 어떤 사람은
비행기 시간, 체크인 시간,
맛집 예약, 동선, 이동 시간까지
정확하게 짜야 마음이 편해.
그게 있어야
“휴가를 망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지.
특히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여행조차도 시간 낭비 없이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지.
계획된 여행은
실패의 가능성이 적고,
기대했던 감정이 비교적 정확히 도달하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이건
자유보다는 보장된 만족감에 가까워.
그리고 그걸 통해
“나는 이 시간을 잘 썼다”는 확신을 얻게 되지.
형이 보기엔,
이건 단순한 여행 스타일 비교가 아니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워.
지금은 일에서 벗어나고 싶고,
하루하루를 다시 느끼고 싶다면 무계획
지친 일상 속에서도 여행만큼은 완벽하게
즐기고 싶다면 → 계획형
감정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게
좋은 사람은 → 무계획
불확실성 앞에서 불안해지는 사람은
→ 계획형
근데 말이지,
사실은 누구나 이 두 가지를 오가.
언제는 ‘계획 없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어떤 때는 ‘계획 덕분에 여유를 누리는’ 게 좋아.
형은 무계획 여행을 좋아해.
근데 도착하면 늘 고민하게 돼.
“어디로 갈까…”
그 시간이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더라.
길을 잃는다는 건
사실 길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니까.
너는 지금
정해진 시간표 위에 있니?
아니면 네 감정의 발끝을 따라 걷고 있니?
둘 중 어떤 길이든,
지금 이 순간이 네 마음의 방향과 같다면,
그게 진짜 자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