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을 고르지 못한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사람다워졌다
형은 예전엔
뭔가를 빨리 정리하고 싶었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선택을 할 건지
이건 맞고, 저건 틀린 건지
"결론은 뭐야?"
"너의 입장은?"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이런 질문 앞에서
형은 늘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지.
그래서 모호한 상태를 두려워했어.
흐릿한 말투, 확실치 않은 표정,
“잘 모르겠어”라는 대답을 꺼리는 나 자신까지.
근데 지금은 달라졌어.
형은 오히려
그 모호한 시간들 속에서
가장 깊은 생각과 감정을 만났다는 걸 알게 됐거든.
확실한 사람은 멋있어 보여.
빠르게 판단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흔들리지 않고 정리하지.
그래서 많은 사람이
확실함으로 무장해.
“난 그런 사람 안 만나.”
“이건 무조건 옳고, 저건 절대 아니야.”
“선 그어야지. 사람 다 똑같아.”
하지만 형은 알아.
확신 뒤에는 종종 두려움이 숨어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면 틀릴까 봐,
마음을 열면 약해질까 봐,
모호함 속에 머무는 걸 견디지 못해서
사람들은 때로 너무 빨리 결론 내리거든.
확실함은 강하지만,
깊진 않아.
모호하다는 건
결정하지 못한 게 아니야.
결정하기 전의 사유를 충분히 거치고 있다는 뜻이야.
형은
누구에 대해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눈빛을 보고,
그 사이를 오래 생각했어.
그리고 그 시간 덕분에
형은 오해 대신 이해를 선택할 수 있었고,
닫힘보다 유연함을 배울 수 있었지.
모호함은 겁나는 상태가 아니라
질문이 살아 있는 상태야.
형이 보기엔
확실함과 모호함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야.
속도의 문제고, 깊이의 문제야.
확실함은 빠르고 강하고,
모호함은 느리고 깊고,
확실함은 명확하지만 배제하고,
모호함은 애매하지만 연결하지.
삶은 늘 흑백 사이야.
그리고
그 회색의 진심을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이
더 따뜻하게 오래간다.
형은 이제
“아직 잘 모르겠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아.
그 말 안엔
마음을 닫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고,
더 생각하고 있다는 용기가 있으니까.
너는 지금
확실한 결론을 말하고 있니?
아니면,
생각하고 있니?
형의 말이 도움이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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