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고무장갑 속 손등엔 주름이 남았다”
“엄마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
어느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고무장갑을 벗은 엄마의 손을
무심코 붙잡았다.
그 손등에 깊이 새겨진 주름과
굳은살, 갈라진 손톱 끝을 보고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피부는 마르고 갈라져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주방세제의 잔향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어릴 때 나는 엄마 손이 따뜻하고
포근하다고만 생각했다.
그 손이 나를 안고, 먹이고, 쓰다듬던 기억은
그저 ‘좋은 느낌’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그 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찬물 속 설거지,
수건 짜고 바닥 닦고,
하루에도 몇 번씩 뜨거운 프라이팬을 잡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김장을 하고,
그 와중에도 내 도시락을 싸주던 손.
엄마는 늘 말이 없었다.
“손 아파.”
“이제 좀 쉬고 싶어.”
그런 말 한 번 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런 엄마가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는 아픈 걸 감춘 사람이었다.
참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고,
가족 앞에서 늘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사람이었다.
설거지를 끝낸 후,
조용히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는 그 순간.
나는 엄마의 손등에서
‘세월’을 처음으로 보았다.
세제보다, 물보다,
그 어떤 시간보다도 깊게 새겨진
살아낸 자국들.
“엄마의 손등엔 세제가 아니라
세월이 말라 있었다.”
엄마가 생각나셨다면,
지금 바로 연락드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