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건 편하지만, 오래된 건 마음이 남는다
형은 한때
“가볍게 쓰고, 빨리 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믿었어.
일회용 컵
패스트패션
1년 지나면 바꾸는 핸드폰
대충 쓰고 잊히는 노트 앱
그게 편하고,
쌓이지 않고,
머리 아프지 않았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형의 손에 남아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
일회용 – 편리함과 가벼움, 그리고 잊힘
형은 매일 카페에서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셨지.
그 컵은 예쁘고
한 손에 쏙 들어오고
다 마시면 바로 버릴 수 있었어.
근데 그 컵이
형에게 아무 기억도 남기지 않더라.
오늘 누구랑 마셨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 커피가 따뜻했는지, 그냥 습관이었는지
기억이 없는 건
‘버릴 수 있어서’였던 것 같아.
쉽게 버리는 건
곧, 쉽게 지우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더라.
오래 쓰는 것 – 감정이 쌓이는 물건들
형은 요즘
하나의 텀블러를 오래 써.
흠집도 많고,
물때도 가끔 끼고,
가방에서 자주 굴러다니지만
어느 날 그걸 손에 쥐고
문득 생각했어.
“아, 이 텀블러랑은
참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구나.”
그 안엔
사소한 대화들,
밤샘 작업,
조용한 산책길이 들어 있었어.
오래 쓰는 건
비효율일 수 있어.
근데 그 안에
감정의 층이 쌓이는 느낌이 있어.
그건 버릴 수 없어.
그래서 너는 지금, 무엇을 남기고 있니?
형이 보기엔
일회용과 오래 쓰는 것의 차이는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야.
편리함을 고를 수도 있고
정들 수 있는 느림을 고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많은 걸
‘편하게’만 쓰다 보면
나중엔 돌아볼 게 없더라.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이제
가끔 낡은 노트를 다시 꺼내고
해진 옷을 한 번 더 꿰매 입고
익숙해진 텀블러를 더 조심히 다뤄.
왜냐면
그 안에는
형의 시간과 마음이 묻어 있기 때문이야.
편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정드는 걸 선택해 봐.
쉽게 버릴수록,
정든 게 없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