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배달의민족–편리함은 얼마나 당연해졌을까》

빠르게 오는 게 익숙해질수록, 기다림은 사라져 간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은 아침에 쿠팡을 켰고,

점심에 배민을 열었고,

저녁엔 다시 쿠팡을 열었다.


마우스를 몇 번 누르자

택배가 출발했고,

몇 번 터치하자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도어록이 열릴 때마다

무언가 도착하고,

현관 앞에는 늘

누군가의 수고가 놓여 있었다.


그건 누군가의 움직임이 아니라

이젠 형의 루틴이 되었다.




쿠팡 – 계획된 소비, 시스템이 만드는 속도


쿠팡은

‘빠르게’보다 ‘예측 가능하게’가 핵심이다.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아침 7시에 도착


이 확신은

형에게 시간을 통제한다는 착각을 준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것보다

‘딱 그 시간에 도착할 것’을 아는 편이

훨씬 편리하고 통제 가능한 일상이 된다.


형은 쿠팡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예정된 하루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배달의민족 – 즉흥의 주문, 감정이 따라가는 식사


반면 배달의민족은

‘예정’보다 ‘욕망’에 가깝다.


지금 이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혼자 있는 이 밤을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먹고, 눌러보고, 잊지 않기 위해



형은 배달을 통해

식사를 사는 게 아니라

기분을 고르는 중이다.


그 음식이 진짜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위한 무언가가 온다”는 감각.


그게 때로는

식사 이상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너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니?


쿠팡과 배민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줬지만

그만큼 ‘기다림’의 감각을 빼앗아 갔다.


쿠팡은 내일의 계획을,


배민은 지금의 위안을 담당하고 있지만



어쩌면 형은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요즘

쿠팡에서 주문을 눌러놓고도

배송 조회를 열 번 넘게 확인하고,


배달을 시켜놓고도

문 앞 소리 하나에 심장이 먼저 뛴다.


이 편리함 속에서

형은 문득

‘기다리는 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빠르게 오는 게 당연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느리게 도착하는 모든 것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

정말 필요한 걸 기다리는 중이니?


아니면

그저 당연한 속도에 익숙해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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