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유난히 고요했다. 가게 앞 나무에 바람이 몇 번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몇 명이 창문을 들여다봤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진열대 위, 내가 처음 만든 꽃다발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옆의 카드 한 장이 나를 바라보는 듯 느껴졌다. To. 로미, 첫 번째 손님.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나는 조용히 셔터를 내리고 가게 안 불을 껐다. 작고 오래된 꽃집, 이곳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엄마의 이름을 누르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또 조금은 힘이 없었다. “우리 로미, 오늘은 어땠어?” 한 마디에 목이 메었지만, 나는 최대한 평범한 척, 씩씩한 척 웃으며 대답했다. “응, 오늘은 괜찮았어. 처음으로 꽃다발을 혼자 만들어봤어. 엄마가 가르쳐준 거 기억하면서.” “오… 누구 줄 건데?” “음… 나한테 줬어. 내 첫 꽃다발은 나야. 엄마가 그랬잖아,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처음 꽃을 주라고.” 엄마는 한참 말이 없었고, 나는 그 고요 속에 병실의 공기까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했네… 우리 딸. 아무리 예쁜 꽃도 네 마음만큼은 예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가슴이 조금 찌르르했다. 엄마는 늘 이렇게 간단한 말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루를 살았는지를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그런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버틴 이유가 되었다. “엄마는 오늘 어땠어? 많이 힘들었어?” “음… 로미 목소리 들으니까 하나도 안 아파. 아까 간호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엄마 얼굴에 봄이 왔다고.” 엄마는 웃었지만, 나는 화면을 보지 않아도 그 웃음 뒤의 피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잘 자, 우리 사장님.” “잘 자요, 우리 꽃이었으면 좋겠는 엄마.”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가슴에 꼭 안았다. 가게 안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엔 아직 햇살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꽃다발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다짐을 했다. 내일은 엄마에게 꽃을 보내자, 진짜 꽃다발을. 오늘은 나를 위해 만들었지만, 내일은 엄마를 위해 만들자. 엄마의 웃음이, 병실을 넘어 창문 밖으로 흘러가 꽃잎처럼 퍼질 수 있도록. 내가 이 꽃집에서 계속 버티고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고, 그 첫 번째는 언제나 엄마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열네 살이고, 꽃잎을 잘못 자를 때도 많지만, 그 마음만은 매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그렇게 나는 오늘, 첫 번째 손님을 나 자신으로 삼았고 내일은 두 번째 손님을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으로 정했다. 꽃집 문을 잠그며 마지막으로 다시 진열장을 바라봤다. 포장지 뒤로 살짝 삐뚤게 튀어나온 프리지어가 나를 향해 웃는 것 같았다. 그 웃음은, 어쩐지 엄마의 웃음과 많이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