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도 아닌 날, 강남역에서

지하상가에서 핀 장미 한 다발, 당신에게

by 라이브러리 파파

퇴근길 강남역.

늘 그렇듯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하상가를 지나던 중이었다.

흘러가는 사람들, 쉴 틈 없이

반짝이는 간판들, 그리고 그 사이

눈에 들어온 건 작은 꽃집이었다.


크게 꾸미지도 않은 진열대 위에

분홍빛 장미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도대체 왜 그 장미가 나를 멈춰 세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오늘도 아이들과 하루를 씨름했을 얼굴,

피곤한데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썼을 표정.



“이거, 포장해 주세요.”

말을 꺼내는 데 주저함은 없었지만,

지하상가에서 장미 한 다발을 사

들고 버스를 타는 나의 모습은 낯설었다.

낯설지만, 어딘가 따뜻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다.

기념일도, 생일도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념하지 않아도,

서로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장미꽃이 든 비닐봉지를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본다.

이 꽃을 들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아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슨 날이야?” 하고 물을까.

아니면 조용히 웃기만 할까.


사실 아무 날도 아니다.

그냥, 오늘도 살아낸 당신이 고마워서.

꽃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엔,

당신 생각이 너무 또렷해서.

그래서 샀다. 그래서 안겼다.


우리 인생에 ‘아무 날’은 없다.

매일이 소중하고,

매일이 살아내야 할 하루이며,

매일이 결국은, 사랑을 표현해도 되는 날이다.


오늘 당신에게 꽃을 안긴 이유는 하나다.


“아무 날도 아니지만, 당신이 참 그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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