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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머문 도서관에서, 아들과 나눈 작은 평화》

하얀 셔츠에 작은 손을 넣어 단추를 꾹꾹 채우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

by 라이브러리 파파

주일 아침,
하얀 셔츠에 작은 손을 넣어 단추를 꾹꾹 채우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예배당 안, 나란히 앉아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가는 한 주 속에서 꼭 필요한 쉼표 같았다.

“아빠, 오늘 도서관 갈 거예요?”
예배가 끝나자마자 아들이 먼저 물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속했잖아. 햇살 좋은 날엔 도서관 가기로.”



햇살이 책장 위로 쏟아지는 오후

라이브러리 파파 캐릭터 젊은 아빠 (2).jpg

우리가 간 곳은 동네 작은 도서관.
그곳은 햇살이 머무는 법을 아는 공간이었다.
유리창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빛이 책 등을 비추고,
그 아래 조용히 앉은 사람들은 각자의 책 속 세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아들은 수학 문제집을 꺼내고, 나는 에세이 한 권을 골랐다.
우리는 말없이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엔 서로를 향한 믿음과 편안함이 가득했다.


“아빠, 이 문제는 왜 이렇게 돼요?”

책장을 넘기던 아들이 조용히 내게 속삭이듯 물었다.
나는 펜을 들어 간단한 그림을 그려 보였다.
“봐봐, 이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잖아.”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펜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수학은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배우는 과정이며,
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그 흐름은 햇살처럼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의 머리 위로 비추는 오후 3시의 햇살

아들의 짧은 속눈썹 위에 햇살이 닿았다.
나는 순간 책을 덮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토록 평화로운 순간이 또 있을까?"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조용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이 작은 도서관, 이 평범한 일요일 오후가 나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도 우리는 함께 한 페이지를 넘겼다

책장을 넘기고, 문제를 풀고,
가끔 웃고, 가끔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런 시간을 자주 만들자.
아들이 나와 함께한 이 시간들을,
작은 따뜻함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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