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표정과 진짜 순간 사이
형은 예전엔
사진을 잘 찍지 않았다.
특히 셀카는
어색한 미소와
보여주기 위한 표정이 싫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억을 남긴다는 의미를
조금씩 다시 생각하게 된다.
셀카봉 – 컨트롤 가능한 순간, 연출된 기억
셀카봉은
사진을 ‘내가’ 찍을 수 있게 해 준다.
구도를 고르고,
표정을 확인하고,
배경을 정리한 뒤
찰칵.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는다.
형은 그걸
‘기억을 가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예쁘고, 밝고, 멋진
“보여주기 위한 나”를 담는 일.
기억은 남지만
그 순간의 ‘진짜 나’는
빠져나간 것 같기도 하다.
타이머 – 준비되지 않은 진심, 순간의 몰입
반면 타이머는
카메라를 놓고
잠시 그 존재를 잊는 방식이다.
10초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 담긴다.
어색하거나, 웃고 있거나,
혹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우리가 ‘정말로 그 자리에 있었던 증거’다.
형은 그게 좋다.
그 순간에 집중했기 때문에
남은 건 이미지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너는 지금, 어떤 순간을 남기고 있니?
형이 보기엔
셀카봉과 타이머의 차이는
기억을 ‘만드는가’ 혹은 ‘발견하는가’의 차이야.
하나는 표현이고,
하나는 관찰이다.
어느 쪽이든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선
둘 다 소중하다.
다만,
가끔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순간에 그냥 머물러도 좋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어느 날
사진 타이머를 켜고
아무 말도 없이 옆 사람과 앉아 있었다.
찰칵.
빛이 깜빡이고
화면에 찍힌 우리를 보며
형은 중얼거렸다.
“이건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우리가 정말 같이 있었던 순간이야.”
너는 오늘,
어떤 순간을 남겼니?
그건 준비된 모습이었니,
아니면
진짜 너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