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는 게 중요한가, 남는 게 중요한가
형은 종종 수첩을 꺼낸다
가방 속 작은 수첩,
그 안엔 흘려 쓴 글자들이 있다.
빼곡한 계획이 아니라,
감정 섞인 단어들.
잊고 싶지 않은 문장.
형은 글씨로 기억을 붙잡는다.
휴대폰 메모장은 언제나 깨어 있다
형은 스마트폰 메모장도 쓴다.
순서대로 나열된 할 일,
복사한 주소,
깜빡할까 적어둔 쇼핑 목록.
휴대폰 속의 메모는
정확하고 빠르다.
손글씨 메모 – 감정이 묻는 기록
글씨를 쓸 때
형은 순간을 더 깊이 느낀다.
펜을 쥐는 손끝의 압력,
지워지지 않는 삐뚤한 글자.
손글씨는 형의 ‘지금’을 담는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천천히 적는다.
휴대폰 메모 – 기능의 기록
휴대폰 메모는
일을 잊지 않게 해주는 도구다.
검색되고,
공유되고,
클릭 한 번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거기엔
감정이 오래 남지 않는다.
형이 보기엔,
메모에도 마음의 무게가 있다
형은 말한다.
손으로 적는 메모는 기억이고,
손가락으로 쓰는 메모는 정보다.
너는 지금,
기억을 남기고 싶어 적는 거야?
아니면 잊지 않으려고 저장하는 거야?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오늘도
휴대폰 메모장을 쓰지만,
가끔은 수첩을 펴고
천천히 쓴다.
기억은
기억하고 싶을 때 남는다.
빠르게 저장한 말보다
천천히 써 내려간 한 줄이
오래 마음에 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