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같았지만, 시선이 달랐다)
그날 형은
결과표 하나를 들고
지도교수님을 찾아갔어.
"교수님, 보시면 이게 몰입도를 설명하는 주요 변수입니다."
p = .019
계수도 긍정적
표도 깔끔하게 정리했지.
근데 교수님은
표를 10초 보고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말씀하셨어.
“이건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을 설명하는
변수일 수도 있겠는데요?”
형은 멈췄어.
“예? 그건 아니고요… 몰입이랑…”
말이 꼬이기 시작했지.
교수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어.
“숫자는 같아도,
해석은 언제나 질문의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말을 듣고형은
그날 밤
ppt를 닫고, 다시 질문을 적어봤어.
“나는 지금 이 결과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가?”
형은 그때부터
결과표만 정리하지 않고,
시선도 정리하기 시작했어.
하나의 수치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 있고
조건부로도 해석할 수 있어
그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야의 문제였던 거야.
예를 들어
성과와 상관 있는 변수 하나를 두고
형은 “몰입의 효과”라고 말했지만,
교수님은 “경쟁 환경의 압박”이라고 해석하셨어.
둘 다 맞을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있었어.
형이 지금은
결과표에 ‘시선 메모’를 붙여.
이건 어떤 프레임에서 본 해석인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바뀌는가?
내가 보지 못한 시선은 무엇인가?
논문이 강해지는 건
수치를 늘릴 때가 아니라,
시선을 넓힐 때라는 걸 알게 됐어.
형이 너한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분석 결과는 하나지만,
해석은 여럿이다.
표 하나만 보고
“이게 답이다”라고 말하지 마.
그건 숫자를 믿는 게 아니라,
숫자에 기대는 거야.
정말 강한 분석자는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고르는 사람이야.
31화 – 서론이 안 써지는 이유는
아직 질문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론은 정보가 아니라,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