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나왔는데, 확신이 없었다)
발표는 내일이었다.
ppt도 완성했고,
분석도 끝났고,
문장도 정리됐지.
근데 밤 11시.
형은 다시
SPSS를 켰어.
왜 그랬을까?
p값이 잘 나왔는데도,
모형 적합도도 나쁘지 않았는데도,
뭔가 마음이 걸렸어.
“혹시… 변수 하나만 더 넣어보면?”
“다중공선성 다시 확인해볼까?”
“구간 나누면 더 나올지도…”
마치
결과가 마음을 설득하지 못한 거야.
그 순간 형은 깨달았어.
숫자가 아니라,
내가 ‘확신 없는 상태’였다는 걸.
발표를 위한 분석이 아니라
불안을 달래기 위한
분석을 하고 있었던 거지.
그건 분석이 아니라
심리적 회피였어.
형은 컴퓨터를 닫았어.
그리고 조용히 워드 창을 열고
이 문장을 썼어.
“이 분석은 지금 내 질문에 답하고 있는가?”
“그 답을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그 문장을 쓰고 나니까
ppt에 있는 수치가
조금씩 내 말처럼 느껴졌어.
숫자가 아닌
‘문장’이 됐거든.
형은 그다음 날
ppt를 바꾸지 않았고,
표도 그대로 놨어.
다만 설명을 바꿨어.
“이건 확신이라기보단, 경향입니다.”
“아직 불확실한 요소가 있지만, 의미 있는 방향입니다.”
“다음 연구를 위한 시작점으로 봐주십시오.”
그리고 이상하게
교수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어.
분석을 자랑하지 않고,
의문을 함께 나누는 태도.
그게 발표였던 거지.
형이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논문 발표 전날 밤,
다시 분석하고 싶어지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걸 인정하는 용기’가 부족해서야.
분석이 끝났다면,
이젠 질문을 바꿔야 해.
“정말 이 결과를 말할 수 있나?”
“말하지 않아도 될 걸, 말하고 있진 않나?”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진짜 발표가 시작돼.
30화 – 같은 표를 보고
교수님은 전혀 다르게 해석하셨다
(숫자는 같았지만, 시선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