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데이터는 조용히말하고있었는데 나는자꾸소리치려했다

(통계는 설득이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한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그날 형은
통계 결과가 애매하게 나왔어.

p값은 .053
효과 크기는 작고,
신뢰구간은 넓었지.


근데 형은
논문 초안에서 이렇게 썼어.



“이 변수는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왜?
내가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교수님 피드백은 짧았어.

“데이터가 아니라,

당신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머리를 때렸어.


나는 통계를 썼지만
분석은 하지 않았던 거야.

그 이후로 형은
결과가 나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침묵하는 거야.

해석을 당장 쓰지 않고

수치를 그냥 가만히 보고

그래프의 모양을 그냥 들여다봐


그걸 10분만 해도
데이터가 조용히 말하는 게 들려.

형은 그걸
데이터 리딩(reading)이라고 불러.
통계적 분석 전에
‘숫자를 읽는 자세’부터 세우는 거야.


예전에는
내 주장을 증명하려고
분석을 했는데,
지금은
분석을 통해
내 주장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걸 배워.

형이 이제는
이렇게 쓰기 시작했어.


“유의미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변수는 조건에 따라

부분적 경향을 보인다.”


그 말은 약해 보이지만,
진짜 분석자의 언어라고 믿어.

형이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분석은 말하기 전에
듣는 일이다.


통계는
내가 소리치지 않아도
이미 말하고 있어.
그걸 ‘봐줄 수 있는 눈’이 필요해.


그러니까 너도
결과가 나오면
당장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 숫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조용히 바라봐.

그 눈이 생기면,
통계는 숫자가 아니라
풍경이 된다.


다음 화 예고

29화 – 논문 발표 전날 밤,
나는 분석을 다시 돌리고 싶어졌다
(결과는 나왔지만,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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