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모형 적합도는 숫자보다 질문을 바꾸게 한다

(적합하지 않았기에, 더 정확하게 본 것들)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은 그때
정말 열심히 모델을 만들었어.

이론도 있고,
변수도 깔끔하게 정리했고,
가설도 예쁘게 나왔지.


근데…
모형 적합도(Fit Index)가 너무 안 나왔어.

CFI 0.82
RMSEA 0.11
SRMR 0.096


보고서에 딱 적힌 그 숫자들.
형은 진심으로 멘붕했지.

교수님께 드릴 용기도 안 나서
슬며시 발표 자료에서
그 슬라이드를 뺐어.


근데 교수님이 그걸 알아채셨어.

“왜 모형 적합도 표를 빼셨나요?”

“…적합하지 않아서요…”

그때 교수님이 말씀하셨어.


“좋은 분석은
잘 맞는 모델이 아니라,
왜 안 맞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형은 그 말에
그날 밤 슬라이드를 다시 열었어.
그리고 딱 보였어.


내 모형이
너무 이론만 따라가고 있었던 거야.

실제 설문 내용과

참여자들의 응답 경향은
내 이론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형은
모형을 수정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을 다시 정리했어.


“내가 설계한 이 이론이
지금 이 데이터와 만날 준비가 돼 있었나?”


그 질문 하나가
모형을 바꿔줬어.
아니, 내 시선을 바꿨지.


그 결과,
Fit Index는 0.95까지는 안 갔지만,
해석은 더 단단해졌어.
모형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설명’이 가능해진 거야.


형이 너한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모형 적합도는 평가 지표일 뿐이고,
모형이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네 연구가 틀렸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안 맞는 모형이
가르쳐주는 게 더 많을 수 있어.

그때 형이 느낀 건
Fit Index는 숫자가 아니라
연결의 감각이라는 거야.

이론과 데이터,
질문과 응답,
내 생각과 현실이
‘잘 맞는가?’를 묻는 거니까.

그래서 지금은
CFI가 낮게 나와도
당황하지 않아.


그게 나한테 다음 질문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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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 소리치려 했다
(통계는 내 주장보다, 관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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