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계속 나왔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날 형은
아침부터 SPSS를 돌렸어.
분석은 잘 됐고,
p값도 나왔고,
R²도 괜찮았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숫자를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왜냐고?
그 숫자가
내 질문과 연결되지 않았거든.
내가 물은 건
“리더십이 몰입에 영향을 줄까?”
근데 결과는
“의사소통 빈도와 만족도가 약간 상관 있음 (p = .038)”
응?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긴가?
형은 깨달았어.
분석을 멈추게 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해석의 공백’이라는 걸.
그날 이후로
형은 결과표보다 먼저
“이 숫자는 어떤 말이 가능한가?”
를 써봐.
표 하나 만들면
문장 세 줄 써.
숫자 요약
의미 해석
질문과 연결
그게 안 되면,
그 분석은 멈춰.
형이 정리한 원칙이 있어.
결과가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멈춘다
내가 이해 못 하는 수치는 쓰지 않는다
내가 해석할 수 없는 분석은 버린다
분석은 누구나 돌릴 수 있어.
근데
그걸 해석하는 사람은 소수야.
왜냐면 해석에는
지식도, 직관도, 맥락도 필요하거든.
형은 그날 분석을 다 지웠어.
그리고 질문부터 다시 썼지.
“나는 이 데이터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그 문장이 정리되니까
분석은 달라졌고,
표는 말이 되기 시작했어.
형이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분석은 결과보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표가 많다고
글이 써지는 건 아니야.
표가 ‘말’을 품어야
그게 논문이 돼.
그러니까 너도
분석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오면
절대 조급해하지 마.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
정확히 보고 있다는 증거야.
27화 – 모형 적합도(Fit)는
잘 나온 날보다, 안 나올 때 더 많이 배운다
(적합하지 않은 모형이 가르쳐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