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질문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론은 정보가 아니라, 방향이다)
형은 분석을 다 끝냈어.
결과표도 정리했고,
표지랑 목차까지 만들었지.
근데 서론을 쓰려니까
하루 종일 한 줄도 안 써졌어.
진짜,
문서창만 멍하니 보면서
이 문장만 반복했어.
“조직 내 리더십은 다양한 변수와 관련이 있으며…”
그 뒤에?
아무것도 안 나왔어.
그때 지도교수님이 한마디.
“서론이 안 써지는 건,
아직도 당신이 뭘 묻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은 그 말 듣고
분석 결과를 다시 펼쳤어.
그 숫자들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주고 있는지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지.
그리고 문득 깨달았어.
서론은 정보가 아니라,
방향이더라고.
형은 그날 이후로
서론을 쓰기 전에
이 네 문장을 먼저 써.
나는 어떤 현상에 관심이 있는가?
그 현상에서 어떤 문제가 보이는가?
선행연구는 이걸 어떻게 다뤄왔는가?
나는 이 중 어떤 빈틈에 질문을 던지는가?
그걸 정리하고 나니까
서론이 ‘써지는’ 게 아니라
‘말이 되기 시작했어.’
예전에는 서론을
배경 설명처럼만 썼는데,
지금은
서론을 하나의 ‘이유서’처럼 써.
“내가 왜 이 질문을 하게 되었는가”
그걸 설명하는 공간으로 보는 거야.
형이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서론이 안 써질 때는
책을 더 읽지 말고,
먼저 질문을 명확히 해.
서론은 제일 먼저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마지막에 도착해야 쓸 수 있는 문장이야.
그러니까 너도
서론이 안 써진다고
조급해하지 마.
그건 질문이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야.
질문이 정리되는 순간,
서론은 이미 시작돼 있어.
32화 – 이론 정리는 ‘지식 싸움’이 아니라
‘맥락 정리’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선행연구 인용은 많았는데, 이야기 흐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