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이론정리는 지식싸움이 아니라 맥락 정리였다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지금 그걸 말하는지가 중요하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은 그때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


리더십 논문만
PDF 36개.
조직몰입 관련 리뷰페이퍼
10편.
교수님 책 인용까지 넣었지.

그래서 초안이
문장마다 인용이 3개씩 있었어.

(형이 모았지만 뿌듯해하며,

자신있게 글을 썼지)




그런데 교수님은
형의 이론 정리를 읽고
이 한마디만 남기셨어.


“그래서,
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당신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형은 멍했어.
인용은 자신 있었는데,
흐름이 없었던 거야.
그건 지식이 아니라
단편적인 정보였던 거지.


그제서야 깨달았어.
이론 정리는
지식 ‘나열’이 아니라,
질문을 위한 ‘맥락’이더라고.


형은 그날 이후
인용보다 먼저
“내 질문의 맥락”부터 정리해.


지금 내가 설명하려는 개념은 무엇인가?

이 개념은 어떤 흐름 속에서 연구되어 왔는가?

그 연구들 사이에서 어떤 공백(gap)이 있는가?

그 공백을 내가 지금 채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4줄을 먼저 쓰면
인용이 줄고,
문장이 살아나.
맥락이 만들어지니까.


예전엔
“김(2014); 박(2017); 이(2019)”
이렇게 썼다면,
지금은 이렇게 써.


“기존 연구들은 주로 리더 중심의 영향력에
주목해 왔다(김, 2014; 박, 2017).
그러나 최근에는 조직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이, 2019).
본 연구는 이 변화 흐름 속에서, ‘정서 기반 신뢰’라는
개념을 중심에 놓고자 한다.”

형이 너한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이론 정리는 ‘많이 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왜 지금 이 이론이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문장이야.

인용은 똑똑해 보일 수 있어.
근데 흐름 없는 인용은
읽는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해.


그러니까 너도
인용을 시작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먼저 해봐.


“내 질문을 위해
지금 이 연구를
왜 여기서 인용하는가?”


그걸 답할 수 있다면
이론 정리는
이미 너의 언어가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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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빨리 쓰려고 하면, 빨리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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