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쓰려 하면, 빨리 무너진다)
형은 그날
서론도 썼고,
이론 정리도 끝냈고,
“이제 가설만 쓰면 된다”는 생각에
워드 파일을 열었어.
H1: 리더십은 조직몰입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2: 조직문화는 이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H3: 정서 기반 신뢰는 매개효과를 가질 것이다.
딱 10분 만에
3개 줄 썼어.
그리고…
그날 밤, 다 지웠다.
문장은 썼는데,
어떤 감정도, 방향도 없었거든.
그건 가설이 아니라
형식이었어.
형은 교수님께
그 초안을 보여드렸어.
말씀이 간결했지.
“논리적 연결이 없습니다.
이론과 질문이
아직 만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고 형은
이론 정리 끝 부분에 있는
문장들을 다시 읽었어.
그리고 깨달았지.
‘문장이 아니라,
관계’를 써야 하는구나.
가설은
지식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내 질문을 실험하는 문장이더라고.
그 후로 형은
가설을 쓸 때 이렇게 시작해.
1. 왜 이 관계를 검증하려고 하는가?
2. 이 관계가 성립된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
3. 내가 보는 방향은 선행연구와 어떻게 닿아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설은 ‘말이 되는 문장’이 아니라,
‘생각이 지나간 문장’이어야 한다.
형이 지금 쓰는 가설 문장은
시간이 오래 걸려.
근데 한 번 쓰면
지우고 다시 쓰지 않아도 돼.
그건 이미 ‘내 말’이 되어 있거든.
가설을 쓰기 어렵다면,
그건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서두르기 때문일 수도 있어.
가설은 머리로만 쓰지 마.
의심과 망설임과 반복의 흔적이 담겨야 해.
그게 진짜 네 연구가 시작되는 지점이야.
34화 – 선행연구와 싸우지 말고
대화하라
(가설은 반박이 아니라, 연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