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은 반박이 아니라, 연결이다)
형은 처음엔
“기존 연구가 놓친 부분”을 강조했어.
왜냐고?
그래야 내 논문이 특별해 보일 것 같았거든.
그래서 초안에는
“기존 연구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선행연구는 한계가 있다”
이런 말들이 가득했지.
근데 교수님이 그러셨어.
“당신의 말은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싸우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형은
다시 선행연구들을 천천히 읽었어.
그러자 그 안에
‘빈틈’만 있는 게 아니라,
‘흐름’이 있다는 걸 느꼈지.
형은 그제야 깨달았어.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사실 그 흐름 안에 있었던 거야.
그 후로 형은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바꾸기 시작했어.
“기존 연구에서는 A와 B의 관계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C라는 변수를 매개로
보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 흐름 속에서,
D라는 맥락적 조건을 추가로 살펴보고자 한다.”
말투가 부드러워졌다고?
맞아.
근데 그 안에
논리와 존재 이유가 더 단단해졌어.
형은 그걸
연구자의 말투라고 생각해.
‘내가 옳다’는 증명보다,
‘이 대화에 나는 이렇게 참여한다’는 태도.
형이 요즘은
문장보다 흐름을 먼저 그려.
내가 지금 어느 연구 흐름 위에 있고,
어디쯤에서 새로운 질문을 꺼내는지.
그게 정리되면
가설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와.
형이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연구는 논쟁이 아니라 대화야.
선행연구를 반박하려고 애쓰지 마.
그들과 대화할 준비를 먼저 해.
그래야 너도 연구자 대열에 들어갈 수 있어.
35화 – 논문 목차는
생각의 설계도다
(형식이 아니라, 사고의 뼈대부터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