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 형의 강호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
동생아.
가끔 생각해.
형은 왜 아직도 무협을 보고 있을까.
나이도 들고,
애도 키우고,
일도 많고,
하루가 숨 가쁘게 지나가는데도,
형은 꼭 하루에 한 편씩
강호를 들여다봐.
형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거든.
아직 풀지 못한 원한이 있고,
아직 밝히지 못한 진심이 있고,
아직 이겨내지 못한 싸움이 있어.
무협은 그걸,
대신 살아주는 것 같더라.
어떤 웹툰은 완결됐고,
어떤 문파는 사라졌고,
어떤 주인공은 칼을 내려놨지만,
형은 여전히
하루하루
검을 들고 살아가는 중이야.
사람 대신 보고서를 베고,
고난 대신 커피로 내공을 달래고,
퇴근길에 휴대폰 불빛에 기대어
다시 한 페이지를 넘겨.
이건 형의 루틴이고,
형의 믿음이고,
형의 작은 전장(戰場)이야.
누구는 웃겠지.
웹툰 한 편에 뭐 그렇게 의미를 담느냐고.
하지만 형에겐
그게 하루를 살아내는 무공 수련이었어.
그래서 말인데,
형의 강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날은 퇴보하고,
어떤 날은 칼을 떨어뜨리지만,
형은 여전히
이 세계에서
자기 이야기를 완결해가는 중이야.
–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