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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냄비의 라면, 그리고 552명 앞의 한 사람》

“형, 오늘도 라면 두 냄비 끓였는데… 이상하게 울컥하더라.”

by 라이브러리 파파

저녁 6시,

오늘도 부엌은 내 자리였다.

하나는 냄비,

하나는 또 다른 냄비.

같은 라면인데,

아이 입맛엔 덜 맵게,

아내 입맛엔 조금 더 진하게.



그 두 냄비를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

“내 하루도 저런 걸까?”


같은 글을 써도,

누군가에겐 따뜻하게,

누군가에겐 깊게,

조금씩 다르게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글을 끓이고 있다.




구독자 552명.

형,

그 숫자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조용히 문 앞에

쌓여 있는 쪽지들처럼,

하나하나 마음을 적셨다.


“잘 읽고 있습니다.”

“눈물이 났어요.”

“오늘, 위로받았습니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그냥,

삶을 끓이는 사람이다.


하루를 삶고,

기억을 다듬고,

문장을 불려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끼로 내놓는 사람.




오늘 두 냄비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다짐했다.

‘내가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따뜻한 글이 나오는 거구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552번의 마음 앞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글을 삶습니다.

부드럽고 진하게,

당신 마음에 닿도록.


라이브러리 파파였습니다.

(오늘 글 제목: 라면 끓이다 울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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