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회의실, 이 회사 최고의 피난처
오전 11시 10분.
팀장이 말한다.
“이따가 잠깐 미팅 좀 할까요?”
이 말은 해방이다.
팀장이 나가자마자
나는 회의실 캘린더를 열었다.
슬쩍 캘린더에
“외부 미팅 브리핑”
이라는 애매한 제목 하나 쓰고,
회의실을 홀로 점령했다.
노트북 펼치고
실제로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기.
물 한 컵 가져와서
의자 젖히고 눈 감는다.
조명도 살짝 어둡고,
에어컨 바람도 딱 좋다.
“이건 숙면도 아니고 명상도 아닌,
존버의 기술.”
단톡방에 사진 한 장.
“회의 중이라 조금 늦을 듯”
배경엔 화이트보드,
하지만 실제 내 손엔 아이스크림.
사람들은 말한다.
“회의 많으면 피곤하지 않아요?”
나는 속으로 답한다.
“아뇨, 오히려 회의로 살고 있어요.”
회의실 예약 이름은 무조건 ‘전략’ 포함
(예: 전략 논의, 전략 검토, 전략적 침묵 등)
입실 후 3분은 진짜 일하는 척
(노트북 화면엔 구글 검색: ‘오늘 점심 뭐 먹지’)
나갈 땐 폴더 하나 들고 나가기
(안 들면 ‘진짜 논 게 들통남’)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쉬는 것이다.
회의실에서의 15분은
나에겐 사막의 오아시스고
카페보다 조용한 성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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