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점심시간, 직장인의 성역
오전 11시 58분.
슬슬 일어나는 동료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점심시간 전투가 시작된다.
오전 내내 회의에 시달리다 보면
내 뇌는 단 하나의 문장을 반복한다.
메신저는 이미 점심 단톡방으로 뜨겁다.
"떡볶이?"
"샐러드?"
"아 나 김치찌개"
"어디? 거기 줄 길어"
"지금 나가야 돼"
‘점심시간 1분 차이 = 20분 대기’
이건 회사의 절대 법칙이다.
1분 늦게 나가면,
줄은 20m 늘어나 있고
자리는 만석이고
심지어 비 오는 날이면
그냥 굶자.
편의점 컵라면 + 김밥 + 요거트
이 조합으로 회사 구내 휴게실에서 혼밥.
하지만 조용한 줄 알았던 그곳,
갑자기 옆 팀장님 등장.
"어우~ 여기 분위기 좋다~ 나도 좀 앉자"
식욕 DOWN, 긴장 UP.
"12시~1시 점심시간 아닌가요?"
"그냥 밥 좀 먹게 해주세요."
밥 먹으면서도
"이따 팀장님이~"
"보고서 어제 드렸는데요~"
이런 얘기 꺼내는 사람,
진짜 사회생활 못 하는 사람이다.
점심시간은 성역이다.
공격 금지, 보고 금지, 업무 금지.
11:55 슬리퍼로 갈아신기
11:59 손에 지갑 들기
12:00 엘리베이터 1차 탑승
12:05 착석 완료, 숨 돌리기
12:30 커피 테이크아웃
12:50 자리 복귀, "다녀왔습니다" 톤 업
일터에서
유일하게 ‘나’를 위한 시간.
그 60분을 놓치면
하루가 무너진다.
밥은 생존이고,
좋은 점심은
퇴근 전까지 버티는 연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