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화장실, 직장인의 마지막 피난처
눈은 말한다.
“지쳤어.”
허리는 말한다.
“일어나.”
그때
뇌가 시킨다.
“화장실 가자.”
화장실은
질문 없는 공간이다.
누구도 “어디 가세요?” 묻지 않는다.
묻는 순간
그 사람이 이상한 거다.
그래서 간다.
피곤해도, 멍해도, 그냥 숨고 싶어도.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조용히 일어나 걷는다.
문 닫고,
앉기만 해도
세상이 멀어진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로
심장 박동이 내려간다.
눈 감고 가만히 있다 보면
화장실 팬 소리조차
ASMR처럼 느껴진다.
드르륵
SNS 뉴스 피드
모두가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인류애가 살아난다.
하지만 시간은
5분이 마지노선.
그 이상 앉아있으면
“쟤 왜 안 와?” 시작된다.
세수는 안 하지만
물 한 번 튀기고,
거울 보며 눈 마주친다.
“야, 너 버텨야 해”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 포기하면, 야근이 온다.”
화장실은 유일한 무대 밖 공간.
상사도, 동료도, 고객도
절대 들어오지 않는
내 시간의 마지막 자락.
5분이면 된다.
숨 돌릴 수 있다면,
그게 쉼이다.
조금만 앉았다 가자.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