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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뭐하고 놀까》

4편. 화장실, 직장인의 마지막 피난처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후 3시 07분.

눈은 말한다.

“지쳤어.”

허리는 말한다.

“일어나.”


그때

뇌가 시킨다.


“화장실 가자.”




아무도 묻지 않는다


화장실은

질문 없는 공간이다.

누구도 “어디 가세요?” 묻지 않는다.

묻는 순간

그 사람이 이상한 거다.


그래서 간다.

피곤해도, 멍해도, 그냥 숨고 싶어도.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조용히 일어나 걷는다.




제1 피난실: 칸막이 안 명상실


문 닫고,

앉기만 해도

세상이 멀어진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로

심장 박동이 내려간다.


눈 감고 가만히 있다 보면

화장실 팬 소리조차

ASMR처럼 느껴진다.




제2 피난실: 스마트폰 수련소


드르륵

SNS 뉴스 피드

모두가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인류애가 살아난다.

하지만 시간은

5분이 마지노선.

그 이상 앉아있으면

“쟤 왜 안 와?” 시작된다.




제3 피난실: 세면대 앞 자기계발실


세수는 안 하지만

물 한 번 튀기고,

거울 보며 눈 마주친다.


“야, 너 버텨야 해”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 포기하면, 야근이 온다.”




아무도 모르게 쉬고 싶다


화장실은 유일한 무대 밖 공간.

상사도, 동료도, 고객도

절대 들어오지 않는

내 시간의 마지막 자락.




짧은 시간이지만 진짜 쉼


5분이면 된다.

숨 돌릴 수 있다면,

그게 쉼이다.




조금만 앉았다 가자.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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