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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딸에게 쓰는 첫 편지

– 나중에 이 편지를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by 라이브러리 파파

– 나중에 이 편지를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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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 딸.
오늘은 네가 여덟 살이 된 날이야. 생일도 아니고,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 평범한 하루.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꼭 써야 할 것 같았어.

네가 잠든 방 앞에 앉아 있는 지금, 조용한 밤공기가 아빠의 마음을 천천히 열고 있어.
아빠는 너를 처음 안았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단다.
너의 작은 손가락, 따뜻한 체온, 눈을 마주치던 그 순간.
그날 이후 아빠의 하루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단다.

너를 보며 배우는 하루하루

요즘 너는 참 많이 자랐어.
아침이면 혼자 일어나서 양치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책가방을 메고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너의 모습은 어른스럽기까지 해.
네가 학교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해 주는 시간은 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

네가 그리는 그림 하나하나, 읽는 책 한 권 한 권이 너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주고 있다는 걸 아빠는 느껴.
가끔은 아빠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깊은 마음을 보여줄 때도 있어서, 아빠는 너를 통해 매일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


혹시 언젠가 마음이 흔들릴 날이 온다면

이 편지를 너는 곧 잊어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언젠가 어른이 되어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날이 오면 좋겠어.
그날이 너에게 조금 힘든 날이라면 더 좋겠어.
왜냐하면, 그런 날 이 편지가 너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야.

아빠는 네가 꼭 모든 걸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조금 느려도, 잠깐 멈춰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너의 마음이야.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네가 기억했으면 하는 말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지만,
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이름 하나는 ‘우리 딸’이란다.

항상 너의 곁에 있을게.


언제나 네 편에서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리고 너를 끝까지 믿어줄게.

그러니까 우리 딸,
지금처럼만 잘 자라주렴.
아빠는 그저 너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너라는 아이가 이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맙단다.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의 아빠가.


– 도서관에서 퇴근하는 어느 날 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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