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가 끝나면, 왜 팀장은 늘 한숨을 쉬나
평가 마감일 전날, 한 팀장이 조용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표정은 무거웠고, 손에 든 종이엔 팀원 평가표가
빼곡히 인쇄돼 있었다.
“올해 성과가 확실히 좋은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그런데 이미 A는 정원 꽉 찼고, B도 배분 다 됐고…
C 줘야 할 사람은 없는데, 그냥 누군가를 깎아야 하네요.
정말 이게 맞는 겁니까?”
그 말에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팀장이 내게 보여준 건 단순한 숫자표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평가였고,
그걸 내 손으로 써야 하는 죄책감이었다.
평가를 매기는 일은 객관적이지만,
그 평가 결과를 설명하는 일은 철저히 감정적이다.
많은 팀장들이 평가시즌만 되면 한숨부터 쉰다.
정해진 비율 안에서 누군가를 밀어 올려야 하고,
누군가는 억지로 끌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 올해 진짜 고생했거든요.
근데 B를 주면 팀원 한 명은 C로 떨어져야 하네요.
그럼 그 친구는 다음 승진 기회도 밀릴 텐데…”
결국 평가란, 성과보다 감정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량적 공정성과 정서적 납득 사이에서, 팀장은 늘 고민하게 된다.
팀장 교육 때 가장 많이 듣는 불만 중 하나는 이거다.
“공정한 평가라면서, 왜 이미 줄 수 있는 점수가 정해져 있나요?”
인사팀은 이렇게 답한다.
“회사 전체의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상대평가가 필요합니다.”
“성과급과 연결되기 때문에, 등급 편차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팀장은 그 기준을 사람 앞에서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열심히 했지만, 다른 사람이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서 B입니다.”
이런 말이 과연 얼마나 납득될 수 있을까.
몇 해 전, 한 팀장이 평가에 항의하며 인사팀에 직접 연락한 적이 있다.
“왜 우리 팀은 항상 최하 등급이 나오는 겁니까?
제 팀원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팀보다 실적도 나왔어요.”
하지만 그 팀은 평가 표상, ‘본부 내 상대적 기여도’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그 팀원 두 명은 이듬해 퇴사했고,
팀장은 사내 게시판에서 팀원 평가 기준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사건은 조용히 정리됐지만, 조직은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인사팀 입장에선 숫자가 편하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고,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 입장에선, 그 숫자를 사람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이 평가서를 넘기며 내뱉는 말이 무겁다.
“제가 지금 한 건, 평가라기보다 정리였어요.
남을 수 있는 말은 없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평가는 회사의 기초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 기초가 감정을 짓누르고 세워진 것이라면, 결국 조직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좋은 평가제도는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제도다.
정해진 점수가 아니라,
그 점수를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줄 수 있을 때,
그 조직은 평가를 견딜 수 있다.
〈복지제도가 늘었는데 왜 구성원은 더 힘들까〉
카페, 마사지, 영화관, 간식창고… 그런데 직원은 왜 웃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