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 "이 주제, 너무 뻔하지 않나요?"

(선택의 진심이 없다면, 평범함조차 설득할 수 없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교수님, 이거 너무 많이 한 주제 아닌가요?”
“그럼, 너는 왜 하려고 하는데?”


정곡이었다.
나는 그저 ‘가능할 것 같아서’, ‘자료 구하기 쉬워 보여서’,

‘이전 논문이 많아서’라는 이유로 주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주제를 설명할수록 점점 자신감이 빠졌다.
생각해보면, 그 주제는 ‘익숙한’ 주제였을 뿐 ‘내 것’은 아니었다.



논문 주제를 고른다는 건
연구의 80%를 이미 결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일단 시작하자.”
“어차피 쓰다보면 방향이 잡히겠지.”
“선배들도 이 주제로 다 썼는데 뭐.”

그럴수록 지도교수는 냉정하게 말한다.
“그래서 너는 왜 이걸 하고 싶은데?”


뻔한 주제도 괜찮다.
하지만 그 주제를 선택한 ‘나의 뻔하지 않은 이유’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교수님이 보는 건 주제의 트렌드가 아니라
그 주제를 향한 나의 진심, 나만의 방향감각이다.


나 역시 이런 대답을 못했던 시간이 있었다.
“다들 하니까 저도 해보려고요.”
“요즘 조직문화 관심 많잖아요.”
“데이터가 있어서요…”

그 말은 모두
‘그래서 너는?’이라는 질문 앞에서
무너졌다.


논문은 무언가를 새롭게 밝히는 작업이 아니라,
무언가를 ‘나답게’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남들이 백 번 본 주제라도
내가 한 번 진심으로 보면
그 안에 내가 쓸 수 있는 이유가 생긴다.
그게 바로 연구의 진짜 시작이다.



연구는 발견이 아니라 선택의 싸움이다.
그 선택을 납득시키기 위해
우리는 연구 배경, 선행연구, 필요성을 쓰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주제가 뻔하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8화 – 한계를 쓰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