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는 것이다
예전엔
식사 한 그릇,
하늘 한 조각,
친구의 옆모습까지도
모두 저장해야 할 것 같았다.
‘잊을까 봐’ 찍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저장해 뒀는지도 잊게 되더라.
오늘 들은 말,
느닷없는 기분,
길에서 마주친 장면들.
글로 쓰면
그날의 온도와 냄새가
그대로 따라 나오는 느낌이다.
사진은 보여주지만
일기는 들려준다.
사진은
그 순간을 ‘보존’한다.
빛과 구도, 색감까지.
다시 보면
그때 그 장면은 선명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흐려진다.
그건
밖에 머문 기억이다.
일기는
그날의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행간에는 주저함이,
문장 끝에는 여운이.
일기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와 대화한 기록이다.
“지금 이 감정을
어디에 남기고 싶은가?”
사진은
공유하기 좋은 기억이고,
일기는
내게만 남기는 감정이다.
너는 지금,
기억을 어떻게 남기고 있어?
형은
사진첩보다 노트 앱을 더 자주 연다.
그날의 하늘 사진보다,
그 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더 궁금하니까.
기억은 오래 두는 게 아니라
다시 꺼낼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거더라.
너는 지금,
기억을 남기고 있어?
아니면,
살아나게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