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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Dec 02. 2018

누군가 죽어간다는 것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워지는 것 중 하나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이전에는 내가 죽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죽음에 큰 염두를 두고 살지 않기에 더 용감무쌍하게 살았다. 항상 젊고 건강하지 않을 거란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실감하진 못했었었다. 짧은 삶이지만 30년을 살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그 과정 속에서 죽음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란 오만한 착각을 하지도 않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죽음은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우리 학교의 한 여 선생님이셨다. 시골이었던 우리 학교는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차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퇴근길에 논두렁에 차를 받아 돌아가셨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죽는 것이 뭔지 모른 채, 그냥 만날 보던 선생님 중 한 분을 이제 못 보는구나 생각하며 아침 조회 시간에 묵념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였는지, 혹은 그 사건 근처로 학교 후배가 차에 치여 죽었다. 인도가 없는 시골길을 걸어서 집에 가다가 공사용 덤프트럭에 치인 것이다. 심지어 학원 봉고차를 타고 가다가 그 장면을 본 애들도 있었다. 그런 사건이 한 번인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다. 


당시 선생님과 죽은 학생의 작은 장례가 학교에서도 있었다. 운동장에 모두 서서 묵념을 했고 흰 국화를 던졌다. 나는 죽음에 공감할 수 없었고 그건 그냥 조금 충격적인 사건으로 내 뇌리에 박혔다. 그걸 보고도 차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이후로도 같은 시골길을 나도 수없이 뛰어다녔으니 말이다. 엄마가 나를 학교로 데리러 오고 자전거는 꼭 공원에서만 타게 하는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고 죽는데-


얼마 전, 친하지는 않았지만 학교 다닐 적 동아리를 하면서 알던 선배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젊은 사람의 병사는 처음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젊은 사람은 알고 있었지만 아파서 죽은 사람이라니. 30대 중반에도 암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정말 순하고 열심히 살던 선배였다. 성실하게 공부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했고 현명한 여자와 결혼하여 예쁜 딸도 둔 선배였다. 누구에게 잘못 한 번 한하고 살았을 것 같은 선배가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었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죽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도 한 끗 차이로 죽음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태국 여행에서 빌려 탔던 스쿠터 조작을 잘못하여 도로에 넘어졌고, 너무 당황하여 아픈지도 모르고 벌떡 일어나 스쿠터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몇 초 안 있어 그 길로 덤프트럭이 쌩하니 지나갔다. 조금만 늦게 스쿠터를 치웠으면 트럭에 치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정말 나에게도 불행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 즐기며 살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몇 해 후, 나는 요가와 명상을 배웠었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고 요가가 도움이 되었다. 마음으로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오늘을 열심히 살자라고 되뇌었지만, 정말 죽음이 온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렇게 초연할 수 있을까?  


내가 큰 병에 걸린다면. 내가 사고로 중증에 시달린다면. 내 배우자가 죽는다면. 그때도 과연 이건 내가 받아들여야 할 하늘의 뜻이니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자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좌절감이 나에게는 안 올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정말 아직 한창 어리고, 갈고닦아야 할 길이 멀고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 모임에서 했던, 이어 글쓰기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너무 많은 업적과 친구들을 만들어 놓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죽을 때 이승에 놓고 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면 그것이 또 억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것처럼 욕심을 버리고 마음 수련에 정진하며 사는 것이 맞는 일일 수 있다. 또 어쩌면 후회하지 않는 삶은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일 수도 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꾹꾹 눌러 담은 삶을 사는 것이다. 죽는 순간이 올 때 매 순간 아쉬웠던 순간이 없도록 말이다. 


나는 3년 전 요가를 하러 발리에 갔을 때만에도 삶의 미련이 별로 없다 생각했다. 내가 만약 죽으면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너무 죄스럽겠지만 내가 삶에 욕심내야 할 일이 많지 않으니 마음을 비워가며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나는 세상에 재밌고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경험했다. 남편이 생기고, 좋아하는 직업이 생기고, 맛있는 음식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세상에 미련이 많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마음을 가진 것이 사람이니, 나는 항상 글을 쓰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참- 나이가 드는 것은 어떤 것일까- 죽음이 가까워지는 것이 어떤 것을까- 새삼, 할머니의 지혜가 정말 부럽다. 

어떤 것이 나다운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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