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카페에서
2021. 6. 25
하늘은 흐리고 바다도 흐리다.
제주 강정의 길끝에는 스르륵이라는 카페가 있다.
뒷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이 한가로이 널부러져 누워 있고 한켠에는 개들의 오두막이 자리 한 곳,
2층 뒷 유리창에는 길고양이들과 개들의 가계도가 그려져 있고, 산방산과 송악산을 마주보는 옆 유리창 한견에는 ‘난 멈출 수 있을 때 멈추는 바람, 그런 바람이고 싶었어.’ 라는 글귀가 바람처럼 자리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긴 선인장 옆 바다가 바라보이는 2층 구석 탁자이다.
하늘과 바다와 밀려오는 하얀 파도와 제주 돌들이 창문너머 오롯이 자리하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유리창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어온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더이다.’
몇일째 나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바다를 보고 이 글귀를 수십번 보고 있다.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라니…
제주에 온지 6년이 지나고 나는 또 다시 예전과는 다른 바쁜 일상을 선택하면서 왜 제주에 귀향오듯 떠나왔는지를 뒤돌아 보곤 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선택하여 살아보겠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꼬닥꼬닥(천천히 느리게) 걸어가겠다고 매번 마음은 먹지만 항상 바쁜 일상에 지쳐 잠들곤 한다.
고양이들이 내 삶의 발목을 잡으며 평생 집사로서의 삶이 보장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매번 작은 말들로 서로 상처주고 받으며 토라져 살아간다.
참 삶이란 쉽게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거구나…
일을 그만두면 여유롭게 걸으며 행복할줄 알았는데 행복이란 것은 언제나 바람같이 스쳐지나가는것.
30년 직장을 과감하게 마감하고 선택한 곳이 제주이다. 아무도 아는이들이 없고 생소한 새로운 곳에서 나의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공황장애도 오고 아침에 직장나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지는 그 때, 제주를 선택했고 일년동안 계속 걸어다니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동물보호활동을 하게 되고 길고양이들이 지인들을 이어주고 묘연들이 생기며 지음은 6마리 길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나의 이름은 이제 ‘오묘한집사 = 오늘도 고양이와 행복한 집사’ 이다.
주말마다 만든 것들을 플리마켓에 나가 팔고 그 돈으로 사료를 사서 길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먹인다.
그리고 작년부터 오랜 꿈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과 색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하나의 행복인것 같다.
오늘도 이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들을 그림엽서로 만들어 플리마켓에서 팔아 사료와 캔을 사야지…. 하는 생각으로.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