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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Jul 02. 2021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스르륵 카페에서

2021. 6. 25


하늘은 흐리고 바다도 흐리다.

제주 강정의 길끝에는 스르륵이라는 카페가 있다.

뒷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이 한가로이 널부러져 누워 있고 한켠에는 개들의 오두막이 자리 한 곳,

2층 뒷 유리창에는 길고양이들과 개들의 가계도가 그려져 있고, 산방산과 송악산을 마주보는 옆 유리창 한견에는 ‘난 멈출 수 있을 때 멈추는 바람, 그런 바람이고 싶었어.’ 라는 글귀가 바람처럼 자리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긴 선인장 옆 바다가 바라보이는 2층 구석 탁자이다.

하늘과 바다와 밀려오는 하얀 파도와 제주 돌들이 창문너머 오롯이 자리하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유리창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어온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더이다.’


몇일째 나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바다를 보고 이 글귀를 수십번 보고 있다.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라니…


제주에 온지 6년이 지나고 나는 또 다시 예전과는 다른 바쁜 일상을 선택하면서 왜 제주에 귀향오듯 떠나왔는지를 뒤돌아 보곤 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선택하여 살아보겠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꼬닥꼬닥(천천히 느리게) 걸어가겠다고 매번 마음은 먹지만 항상 바쁜 일상에 지쳐 잠들곤 한다.

고양이들이 내 삶의 발목을 잡으며 평생 집사로서의 삶이 보장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매번 작은 말들로 서로 상처주고 받으며 토라져 살아간다.

참 삶이란 쉽게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거구나…

일을 그만두면 여유롭게 걸으며 행복할줄 알았는데 행복이란 것은 언제나 바람같이 스쳐지나가는것.


30년 직장을 과감하게 마감하고 선택한 곳이 제주이다. 아무도 아는이들이 없고 생소한 새로운 곳에서 나의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공황장애도 오고 아침에 직장나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지는 그 때, 제주를 선택했고 일년동안 계속 걸어다니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동물보호활동을 하게 되고 길고양이들이 지인들을 이어주고 묘연들이 생기며 지음은 6마리 길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나의 이름은 이제 ‘오묘한집사 = 오늘도 고양이와 행복한 집사’ 이다.

주말마다 만든 것들을 플리마켓에 나가 팔고 그 돈으로 사료를 사서 길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먹인다.

그리고 작년부터 오랜 꿈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과 색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하나의 행복인것 같다.


오늘도 이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들을 그림엽서로 만들어 플리마켓에서 팔아 사료와 캔을 사야지…. 하는 생각으로.


‘해서,  귀하는 행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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