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볼 게 없다고 자주 까이고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내로라하는 한국 영화들이 있음을 자랑스러워할 필요가 있다. <클레멘타인>, <D-WAR>, <다세포소녀>, <7광구>, <리얼>, <자전차왕 엄복동> 같이 이제는 망작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영화부터 조금 유명세는 떨어질 수 있지만 작품성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긴급조치 19호>,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주글래 살래>, <창공으로> 등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워낙 '망작'으로 유명해져서 그렇지, 실제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근거로 왓챠피디아에서 각 영화를 평가한 사람들의 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나마 2007년 최다 관객 영화인 <D-WAR>가 32.6만 명, 약 22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7광구>가 13만 명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높은 수치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리얼> - 2만 명
<다세포 소녀> - 1.7만 명
<클레멘타인> - 7564명
<자전차왕 엄복동> - 4511명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 980명
<주글래 살래> - 853명
이번에 글을 쓰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한 마찬가지다. 2002년 개봉한 이 영화는 지금으로도 꿇리지 않는 무려 110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블록버스터로, 손익분기점은 약 400만 관객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제작을 맡은 감독 또한 장선우 감독으로 당시 <경마장 가는 길>, <화엄경>,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등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줄 아는 감독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망했다. 그야말로 깔끔하게 망했다. 당시에는 전국 관객수가 집계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약 14만 명의 관객만을 동원했다고. 이로 인해 한국 영화계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으며, 장선우 감독은 다시는 메가폰을 잡지 못했고 출연한 배우들도 커리어가 사실상 망해버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괴작이었을까? 본 사람들마다 까기 바쁜 영화긴 하지만, 똥을 직접 찍어 먹어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실 엄청난 악명치고는 본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을뿐더러 당시에는 평가가 박했더라도 재평가되는 영화들도 꽤나 있기 때문에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영화의 전당에서 이 전설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닌가! 옳다구나 하고 바로 관람하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좋으면 재평가할 수도 있는 거고, 설령 정말 망작이라 하더라도 '영화관에서 본 최악의 작품'을 경신하는 데 의의가 있을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관람을 결정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전당에서 이 영화와 같이 상영해 준 영화는 바로 <만다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달마야 놀자>이다. 공통점은? 바로 불교를 주제로 삼은 영화라는 것이다. 5월에 석가탄신일이 있기에 주제로 삼기에는 적당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한 불교 영화라는 것이 아닌가?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출처)
'이 영화를 본 사람이 극히 적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문구 하나에서 이미 직접 찍어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정말 숨겨진 의미가 있는 영화일 수도 있지 않을까? 번외로 이런 정보는 대체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 하고 신기하였다. 난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구나... 내공을 더 열심히 쌓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하여튼 여기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관람하지 않았을 분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정리를 한번 해보았다. 분량이 꽤 길지만 혹시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느낀 점 등은 다음 글에...
이 영화는 “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 다니는 곳”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김정구 시인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라는 한 편의 시에서 시작된다. (너무 길어서 시 본문은 생략)
시의 내용을 묘사한 후 영화는 여자 둘과 남자 둘의 술자리 모습을 담아낸다. 영화의 주인공 ‘주’는 술자리에서 술은 안 먹고 안주만 먹으며 재미마저 없어 외면당하고, ‘주’의 친구 ‘이’는 게임에 상당한 실력이 있어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주’는 자신이 매일 가는 게임방 알바 ‘희미’를 좋아하는 듯하지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신세일 뿐이다.
‘주’의 직업은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집의 배달원이다. 한 엔터테인먼트에 배달을 갔지만 장난전화였는지 주문한 사람이 없다는 것. 이때 안네데스크의 여직원이 계속 신경질적으로 나가라고 하자 화가 난 ‘주’는 욕설을 내뱉으며 배달하는 음식은 없고 웬 무기나 든 철가방에서 총을 꺼내며 마구잡이로 난사한다. 이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바로 S.E.S-<Dreams come true>의 원곡으로 유명한 Nylon Beat-<Like a fool>. 한편 그렇게 장난전화의 목소리 주인을 발견하며 마지막으로 복수에 성공하나 싶더니... 는 사실 ‘주’의 상상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그냥 무기력하게 회사에서 나오게 된다.
한편 ‘이’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한다.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수상한 누군가에게 부름을 받은 ‘이’는 시스템에 고용되어 ‘주’를 사살하는 임무를 맡는다(는데 제대로 묘사는 안 되고 자막이 나온다). ‘주’는 중국집 일이 끝나고 길을 걷던 중 ‘희미’와 매우 닮은 라이터 파는 소녀를 마주하여 라이터를 하나 산다. 라이터 파는 소녀는 다시 어디론가 걸어가고, 뒤를 밟는 ‘주’는 소녀에게 어떤 남자가 접근하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주’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그 둘은 음산한 분위기를 띄는 한 어선에 들어간다. 그리고 게임 오버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엔딩 No.1 ‘몸파는 소녀’.
다시 라이터를 산 직후로 돌아온 장면. 선착장까지 쫓아간 ‘주’는 ‘희미’가 있는 게임방에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는 걸 확인하자마자 끊으며 무사히 있는 것을 확인한다. 집으로 간 ‘주’는 잠이 쉽게 들지 않는지 라이터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성냥팔이 소년의 재림’ 게임에 접속할 것인지 묻는 것.
이 게임은 대체 무엇인가. 먼저 이 게임의 목적은 성냥팔이 소녀에게서 라이터를 사거나 납치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여 소녀가 동화의 결말처럼 얼어 죽게 만드는 것이다. 단, 승리자가 되는 조건은 소녀가 얼어 죽는 상황에서 자신이 환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며 승리할 경우 엄청난 돈과 함께 그녀와 행복한 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고 한다. 접속 중 심할 경우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 문구까지 함께 나오며 ‘주’는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에 접속한 ‘주’는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ID카드를 받는다. 또한 라이터를 파는 성냥팔이 소녀는 여러 캐릭터들의 목표가 되어 서로 데려가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살벌한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주’는 ‘오뎅’이라는 오뎅집 주인에게 ID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 문의하지만, 잔액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며 오뎅 국물이나 먹으라는 답변을 받고, 기다리던 중 ‘라라’라는 여성이 여러 무기를 사는 것을 목격한다. 이 장면을 본 ‘주’는 다짜고짜 ‘라라’에게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지만 남자가 싫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하지만 성냥팔이 소녀(이후부터 ‘성소’라고 기술)를 데려가려는 싸움에서 ‘라라’를 도와주며 같은 편이 되는 데 성공. 이 과정에서 조폭 한 명을 죽인 것으로 레벨 업을 달성하기도 한다. ‘성소’를 데려간 조폭들을 추적하는 둘은 나이트를 습격하고, ‘라라’가 한가운데 단상에서 춤을 추다가 조폭들과의 총격전이 벌어진다. 쫄따구들을 모두 처리한 ‘라라’는 비련파의 두목 ‘오비련’과 결투를 벌이다 위기를 맞게 되고, 이에 ‘주’가 기관단총(총은 잘 모르는데 H&K MP5라고 한다)을 막무가내로 발사한 후 가까스로 탈출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위급한 처지의 ‘라라’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주’. 하지만 병원으로 가면 승자가 될 확률이 빵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라라’에게서 무기만 가져오고는 도로 한가운데에 그냥 내버려 두고 간다. 한편 ‘오비련’은 ‘주’가 쏜 총에 어깨를 맞아 치료를 하던 중 시스템의 연락을 받고, 정상적인 접속이 아닌 ‘주’를 주목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를 잡기 위해 시스템은 병력을 배치하여 검문과 추적을 진행하고,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주’에게 추적 미사일까지 발사한다. 영문도 모르고 도망치고 있던 ‘주’는 갑자기 나타난 한 남성에게 ID카드에 추적 장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미사일이 날아오자 그 남성이 ID카드를 물에 던져버리며 겨우 위기에서 빠져나간다.
‘성소’는 계속 라이터를 팔러 움직이다가 쓰러져 얼어 죽기 직전까지 치닫고, 첫사랑이었던 가수 ‘가준오’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 와중에 사건의 전말이 하나 밝혀지는데, ‘성소’와 ‘가준오’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소녀를 사랑하던 ‘오비련’이 소녀를 데려가고 ‘가준오’를 살해했던 것이다.
‘성소’는 준오라는 이름을 계속 되뇌고, 그녀를 발견한 ‘주’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착각한다. (대충 준오... 주노... 주(노)... 이런 논리다.) 이에 소녀를 업은 채로 데려가던 ‘주’는 골목길에서 ‘이’를 마주하고, ‘이’는 시스템에 고용되어 ‘주’를 죽여야 했으나 친구로서 보내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라며 그냥 보내준다. 무사히 피신한 ‘주’와 소녀는 어느 한적한 곳을 찾아갔지만, 여긴 위험하니 만리장성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듣고는 그곳으로 피신하여 잠을 청한다. 이후 아까 ID카드를 버렸던 남성이자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추풍낙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의 정체는 바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시스템에게 배신당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스테이지 2라는 자막을 띄운다.
잠에서 먼저 깬 ‘성소’는 ‘주’의 머리맡에 있던 기관단총을 가지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주’는 일어나서 소녀가 없는 것을 보고 뒤늦게 중국집 ‘만리장성’에서 나간다. 라이터를 팔기 위해 거리를 나돌아 다니던 ‘성소’는 아무도 구매하지 않자 지하철역(참고로 부산 1호선 대티역)에서 기관단총을 난사하여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기관단총으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소녀. 이러한 상황에서 ‘주’를 찾기 위한 시스템의 수색은 강화되고, ‘성소’의 무차별한 살인 행위는 뉴스로 보도되며 버그가 발생했다고 기술된다. ‘성소’는 소녀들을 노동으로 부려먹는 갱생원?인 “천사의 집”에도 방문하여 그곳의 관리자와 시설의 원장을 살해한다. 그리고 시스템에서 보낸 군인과 조폭들까지도 칼과 총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교정 프로그램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생포해야 하는데, 이미 살인병기가 된 소녀를 죽이지 않고 잡아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성소’의 팬들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많이 형성된 장면도 등장한다. 소녀는 이후 택시기사에게 총을 들이밀고 협박하여 도주를 감행하고 한 공장으로 피신하는 데 성공한다. 군인들에게 붙잡힌 택시기사가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당하는 건 덤.
그 시각 막막한 ‘주’는 ‘추풍낙엽’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오뎅’한테 고등어 하나 달라고 하라는 말을 듣는다. 김밥을 주문한 레옹과 마틸다를 따라한 남녀를 앞에 두고 고등어를 달라는 ‘주’에게, ‘추풍낙엽’에서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묘한 반응을 보낸다. 김밥 안 주냐는 레옹의 대사는 보너스.
‘성소’는 공장에서 군인들과의 전투를 이어간다. 그러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고, 반드시 생포해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일단 철수를 명령. 이후 마땅한 수를 찾지 못하던 시스템 측은 소녀의 원수인 ‘오비련’이 총알이 남아있다면 자신을 쏠 것이라는 말에 그를 투입시킨다. 소녀는 ‘오비련’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그는 소녀의 손에 죽고 싶다는 말을 하며 계속 소녀에게 접근한다. 그러던 중 ‘오비련’은 ‘가준오’를 죽인 게 자신이 아닌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시스템은 ‘오비련’을 사살함과 동시에 공장에서 뛰어내린 ‘성소’를 ‘이’가 헬기에서 강하하여 생포하는 데에도 성공하며 목적을 달성한다.
‘주’는 ‘추풍낙엽’, ‘오뎅’과 함께 시스템에 침투할 계획을 세운다. 정문으로 돌파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과 함께 시스템의 구조와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시스템의 내부는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현실이고 게임인지 모른 채 늘 변하는, 그때그때 변하는 날씨와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시스템 중앙까지 도달할 확률은 운이 아주 좋은 경우 10만 분의 1이라는 설명까지.
시스템 내부에서 중앙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일종의 텔레파시처럼 ‘성소’의 뇌파를 맞추고 교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마음으로 고기를 낚으라는 이유로 미끼를 쓰지 않고 낚시를 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그치지 않고 훈련을 진행하던 ‘주’는 마침내 물고기를 낚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서 “내가 해냈어요!”하며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훈련을 마친 ‘주’에게 레전더리 매커럴, 일명 전설의 고등어라는 무기를 쥐어주는 ‘추풍낙엽’. 고등어는 동시에 108개의 빔을 쏠 수 있지만 에너지가 금세 바닥날 수 있으니 최대한 아껴야 한다. 자연을 이용한 빛의 에너지와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한 고등어 무기는 사용자의 정신력에 따라 성능이 굉장히 달라진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 또한 정신과 물질은 둘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아쇠도 없다.(?)
고등어를 설명하던 중 그들이 숨어 있던 등대가 발각되어 포위된 상황임을 알게 되고, ‘주’와 ‘오뎅’은 바다로 탈출하지만 ‘추풍낙엽’은 등대를 폭파시키며 죽음을 맞는다. 겨우 뭍으로 나온 둘에게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라라’. ‘주’는 멀쩡한 그녀를 보고 반가워하지만 버리고 갔던 전적이 있는지라 한동안 두들겨 팬다. 그리고 겨우 진정한 끝에 ‘오뎅’은 오뎅을 팔아야 한다는 이유로 같이 가지 않고, ‘주’와 ‘라라’는 그대로 시스템으로 돌격한다.
이제 마지막 스테이지 3에 접어드는 영화.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시스템 정문을 총과 수류탄, 바주카포 등으로 돌파하는 ‘주’ 일행. 그러다 위기에 빠지자 ‘주’는 고등어를 발사한다. 도중에 공격을 받아 차가 뒤집히고 거기에 깔린 ‘라라’, 추가 공격을 받아 자동차가 폭발하게 되고 ‘주’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시스템 내부로 입장한다. 앞서 들었던 설명처럼 내부는 계속 변화하고 적들도 지속적으로 출몰하지만, ‘성소’의 뇌파에 맞추고 교신하며 옳은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고 나타나는 적들은 고등어로 빔을 발사해 물리치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계속 진행하던 중 다시 한번 ‘이’를 만나는 ‘주’. ‘이’가 이번에는 진짜로 총을 맞춘다. 이건 게임일 뿐이라는 ‘이’에게 이게 게임이냐고 따지는 ‘주’. 뒤이어 쏜 두 번째 총알을 ‘주’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몸을 접어서 피하고는 고등어를 발사하여 ‘이’가 쏘던 총을 절단 낸다. ‘성소’에게 나아가면서 치열한 결투를 벌이는 두 절친. 싸움 끝에 ‘이’는 고등어를 빼앗아오는 데 성공한다. 고등어를 겨누며 원래 자기 상대가 못 된다는 ‘이’였지만, 그 순간 무기 고등어가 진짜 고등어로 바뀌며(!) ‘주’의 손으로 돌아간다. 당황해하는 ‘이’의 표정까지 굉장한 명장면. 고등어를 되찾은 ‘주’는 ‘이’를 인질로 삼아 시스템 중앙으로 접근한다.
이후 온 세상이 하얀 어떤 공간에 진입한 그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총을 발사하고 ‘주’는 고등어를 발사하여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이 중요한 순간 고등어의 배터리가 다 된다. 위기를 맞은 ‘주’를 밀쳐내며 ‘이’가 대신 총알을 맞고, 다른 병사의 총을 주워 병사와 서로 겨누던 그때, 시스템 관리자가 그냥 들여보내라는 말을 한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있는 바 상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에 모든 상을 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라는 <금강경>의 한 구절이 나오고, 관리자는 ‘주’를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라며 대단한 게이머라 치켜세운다. 하지만 성소는 이미 교정이 끝나 ‘주’를 알아보지도 못할 거라는 그의 말.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시스템 직원들은 소녀를 데려가고, ‘주’는 “희미야!”라고 외치며 소녀에게 달려가다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인 난사를 당하며 사망한다. 그리고 게임 오버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엔딩 No.2 ‘최후의 관문’. 그러더니 갑자기 현실의 ‘주’가 등장해 거의 다 깬 것을 아쉬워하며 PC방 알바를 하고 있는 ‘희미’를 바라본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라이터와 ‘희미’를 번갈아 본 후 평소처럼 짜장면 배달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엔딩 크레딧이 나오며 ‘선택1 ‘그저 그렇게’ 끝나는 버전입니다.’ 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영화.
그 뒤 나오는 장면은 ‘선택2 주와 성소가 행복하게 살게 되는 버전입니다.’라는 문구로 다시 시작되는 장면. 라이터와 ‘희미’를 번갈아 보던 ‘주’는 라이터를 쥔 손을 입술에 가져가더니 다시 게임이 로딩되는 장면이 나비와 함께 나오고, 동시에 마지막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시스템 관리자에게 라이터를 돌려줘도 되겠냐고 묻는 ‘주’. 허락을 받고 ‘성소’에게 라이터를 돌려주면서 성소의 손 위에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주’를 알아봤는지 쳐다보는 ‘성소’. 직원들이 손에 인도되던 그때 갑자기 가지고 있던 라이터 바구니를 하늘 높이 던져버린다. 이때부터 불경 외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는 한편, ‘성소’는 그 모습에 시선이 끌린 직원의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고는 총을 빼앗아 직원들을 처리하고 ‘주’도 동시에 자신을 끌고 가던 직원들을 제압한다. ‘성소’는 공중에 있는 라이터에도 총을 쏘며 폭파시키며 시스템을 파괴하고는 돌연 바다 위로 날아가는 나비를 향해 총을 쏘다 자신도 바다 위를 걸으며 나비를 쫓아간다.
나비는 바람을 일으켜 ‘성소’의 접근을 방해하고, ‘주’는 총에 맞으면서도 시스템 직원들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그러던 와중 나비가 갑자기 가루가 되나 싶더니 수많은 나비들로 나누어지며, ‘성소’는 나비들에게 계속 총을 쏘다가 그만 등에 화살을 맞고 바다에 빠지게 된다. 이에 ‘주’가 바닷속에 들어가 ‘성소’의 손을 잡으니 ‘성소’는 눈을 뜨고, 둘은 끌어안은 채로 수면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 ‘주’는 물속에서 총을 발사하여 하늘을 날던 나비를 맞히는 데 성공하고, 그 순간 나비가 유리 조각처럼 깨지더니 곧이어 화면 자체가 깨지는 연출과 함께 지금까지 나온 게임 속 장면들이 모두 역재생으로 빠르게 지나가며 결국 도시에 핵폭발 같은 폭발 장면이 발생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음 장면은 바로 어딘가에 있는 섬. ‘성소’와 둘 사이의 자녀로 추정되는 한 아이가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과 함께 앉아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주’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불행인지 행복인지 ‘성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둘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또한 그곳이 은하계 다른 별인지 어딘지도 모르고, 그곳에 있는 아무것에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날짜도 모른다. 다만 통장에는 시스템으로부터 계속 돈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들은 행복하다고. ‘주’가 ‘성소’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아이를 안아 든 채로 모두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에서 쨍쨍 빛나고 있는 해와 해보다 훨씬 큰 달이 모두 보이는 해변을 배경으로 영화는 종료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