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하는 독일 회사가 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회사가 탄탄하고 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독일에는 이런 회사들이 많아, 독일 경제를 지탱한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의 중소기업과 한국의 중소기업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인력의 수준과 질.
독일은 모두 학자가 될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합의 아래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목메지 않는다.
아우스빌둥(Ausbildung) 이라는 직업 교육 시스템이 있어,
기술과 실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이를 선택한다.
전체 학생의 50% 내외가 이를 선택하고 나머지 50%가 대학에 진학한다.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경력을 쌓아 마이스터(Meister)가 되면
대졸자보다 높은 연봉과 사회적 존경을 받는다.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시험을 주관하며,
그래서 배운 기술이 현장에서 100% 쓰인다.
그 곳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직원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경력 및 이력 또한 화려했다.
보기에도 스마트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 회사는 하드웨어는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부실한 약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로 인해, 그 약점을 경쟁사 만큼 향상시켰다고 한다.
회사의 모든 직원이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독일의 현실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특히 그의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몇 년 뒤에 다시 독일의 그 회사에 방문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기억에 남았던 그 직원이 안 보이는 것 같아, 물어보았다.
경쟁사로 이직했다고 한다.
나는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담당자가 답하길,
맞다. 스티브 잡스가 없어도 애플을 굴러갔다.
하물며 직원 한명 없다고 해서 회사가 굴러가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처음엔 삐걱댈 수 있어도, 회사라는 곳은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 있다.
작은 회사는 늘 사람이 부족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능력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사람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잦은 퇴사가 스트레스로 다가온 적이 있다.
그네들이 퇴사하면서 했던 말에 잠 못 이룬 적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사용증명서(경력증명서) 요청하는 연락들을 받아보니
한 군데 오래 있지를 못하더라.
끈기있고 성실하며 뚝심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 자리에서 자리 잡으려고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것이 바뀔 수 없는 현실임을 인지하고
지금은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우리 회사만 그런 것도 아닌데 뭐...하면서.
작은 회사들은 다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천재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바로 대체될 수 있는데,
하물며 단순 업무 하는 직원들은 말해 무엇하랴.
시스템 개발에 대해서는 중간 중간에 글을 써 보도록 하겠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많고,
내 능력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지 않나는 것을.
스펙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한 군데서 오래 일했던
꾸준함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하며 일한다.
내가 그만두었을 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빠졌을 때보다
2~3일은 더 삐그덕 대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