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25일
편지
- 임희구
지나간 애인이 편지 쓰라던 것을 오래 잊고 있다
쓴다
이왕 쓰는 거 사랑한다 사랑했다 늘 생각했다
쓴다
지나간 애인이 현재도 나타나니 꼭 애인 같다
쓴다
너를 만나 같이 밥 먹었던 것이 가장 생각난다
쓴다
마주앉아 지독하게 술 마셨던 날들도 생각난다
쓴다
사랑했던 만큼 술에 취했었다
쓴다
밤이 깊었다 깊은 밤에
쓴다
지나간 애인의 지나간 말이 생각나 뒤늦게 편지를
쓴다
오래전 너의 마음에 가 닿을 듯 닿을 듯한 마음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