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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Jul 03. 2021

내 마음의 집에는 창이 여러 개 나있다. 밖을 전체로 볼 수 있는 큰 창과 스르륵 누구나 쉬이 미끄러져 들어올 수 있는 미닫이 창, 그 옆에 안으로만 열리는 덮개가 달린 동그란 작은 창도 있다. 마음의 집에는 지난날들의 기억과 내일의 염려가 오늘의 빨랫감이 되어 한가운데 무더기를 이루어 쌓여있다.

먼지가 쌓여 눈이 따끔따끔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은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한다. 빨래도 하고 마른 수건도 개고 이불도 털고. 좁은 베란다에 조르륵 살고 있는 화분들도 괜히 한 번씩 만져주고, 흙이 마르지 않았나 살펴도 보고. 냉장고를 열어 오미자청을 꺼내 투명 유리잔에 따른 뒤 얼음을 부셔 동글동글동글 세 개 정도 던져 넣는다. 탄산수를 부어 촤라라, 소리가 가라앉길 기다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자두색 청을 물에 풀어준다. 큰 창 옆 소파에 기대에 쪼그려 앉아 핑크빛 얼음잔을 쥔 두 손바닥을 달래 가며 홀짝홀짝 마신다. 하늘은 맑고 가운데 구름은 몇 시간 전부터 그 자리다. 더운 날 밖에 나가는 것은 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집 안에서, 내 공간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다.

한껏 느긋하게 잘 정돈된 집 안의 향기를 즐기다 보면, 마음의 집엔 느른한 여름의 해가 드리운다. 문득, 저 큰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 구름 아래 달리고 싶다. 집 밖의 계절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집 안에 계속 있으면 점차 견딜 수가 없어져서 밖에 나가고 싶고, 자연 속을 걷고 싶고, 나무와 꽃을 보고 싶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원하게 되지. 인간의 내면 같은 것은 나중에 생긴 것으로 아직 그다지 단단한 건축물은 아니라는 증거일 거야. 집 안에서만 계속 살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내면은 튼튼하지 못해. 마음을 좌우하는 걸 자기 내부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찾고 싶다, 내맡기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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