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
장마철이 다가오면 준비를 한다. 큰 빨래는 미리 해두고, 라면이나 커피나 곁들여 먹을 빵 같은 것도 쟁여두고, 결국 읽히지 못하고 책장 소품이 되겠지만, 두고 읽을 책도 주문한다. 아, 비가 죽죽 내리면 주체를 할 수 없이 축축 처지는 앞머리를 위해 미리 눈썹 위로 살짝 어색하게 다듬어 두기도 한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약속된 행동들 같은 것. 언젠가부터 장마철엔 약속도 잘 잡지 않는다. 칠월엔 유독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달이라서, 생각이 나거든 장마가 끝나고 쨍한 날에 만나, 하며 미루기도 한다.
밤새 요란스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잠깐 커피 한 잔 할까,” 하는 그에게, “다음에. 장마가 지나고,”라고 했다. 여러 날을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종일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비가 내리는 날과 다시 또 내리는 날 사이 공기는 꽤나 촉촉해 부드럽다.
오지 않을 계절을 기다리다가 오는 많은 것을 놓치곤 한다.
비가 그칠 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