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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Jul 19. 2021

사과

매일 아침 사과 한 알을 먹는다.

반도 뜨지 못한 눈으로 더듬더듬 부엌에 가 물 한잔, 바로 그다음엔 사과. 아침 사과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반으로 착, 하고 잘라 둥글게 둥글게 껍질을 깎아내고 사등분하여 입안에 쏙.

새콤 사각, 즙에 잠이 깬다.

아침 사과와 같이 내가 의식적으로 또는 고집스레 매일매일 꼭 그렇게 하는 행동들이 있는데, 샤워하면서 하루의 일정을 눈을 감고 상상해 그려본다거나, (대체로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커피 메이커에 물을 붓고 전원을 켠 다음, 사이에 로션을 바른다거나, 신문은 반드시 다 읽지 못하지만 (않지만) 헤드라인은 꼭 후루룩 훑고 분리수거통에 넣는 등의 행동이다. 잠들기 전 메모장을 열고 단어 또는 문장을 남기거나 또는 그대로 닫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패턴이다.

차곡차곡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뭐든 의미 없는 행동과 생각도 차곡차곡 쌓이면 무언가 되어있겠지. 꾸준히 글을 쓰고 싶지만, 꾸준히 쓰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의미 없더라도 차곡차곡 매일매일 메모장을 열고 닫는 마음이 언젠가 무엇이 되어있기를.




“굿모닝 - “ 하고 일어나 사과를 반으로 딱 잘랐는데,”사랑하세요” 하고 인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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