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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Jul 22. 2021

운동화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한 손에 줄넘기를 모두 쥐고 폴짝폴짝, 허공에 붕붕 소리를 내며 줄을 돌린다. 두 발은 모둠 뛰기.

, 이번엔 왼손, 왼손으로 줄넘기를 모아 쥐고 폴짝폴짝. 줄이 넘어올  뛰는 거야,” 아빠는 딸에게 줄넘기를 가르쳐주기 위해 모든 동작을 단계별로 나누어 찬찬히 설명해주곤 했다. 유난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넘어지기 일수인 나에게 달리기 하는 법도, 줄넘기 넘는 법도,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뜀틀 앞에서 겁이 많아 주춤대는  위해 온갖 침구를 쌓아 놓고 연습에 연습,  가족의 염원을 담아 마인드 컨트롤을 연습했다. (결국 뜀틀은 넘지 못했다.)

아빠는   눈을 보며 말을 한다.   눈으로 본인이 아는 모든 것을, 거기에 염려와 걱정과 응원을 담아 매우 세심하게 이야기한다. 때로 마음이 말을 앞서 눈빛이 마음을 전할 때면 건너편   눈이 와르르 젖어든다.

칠순을 앞둔 아빠는 오늘도 딸내미 넘어질까 미끄러질까 “조심해라” “미끄럽다” “내 손 잡아라”한다. 주말이면 남산 산책로를 걷는다. 아빠 뒤에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긴 팔을 휘휘 저으며 “이따 보자”한다. 나보다 한 뼘쯤 먼저 걷다 뒤를 돌아보고 손을 한번 더 흔든다. 언젠가 내가 앞서는 날이 오겠지. 그때도 난 뒤에서 걸으련다. 저 굽은 등과 휘휘 젓는 두 팔 그리고 수시로 돌아보는 아빠 얼굴을 언제고 계속 따라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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