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한 손에 줄넘기를 모두 쥐고 폴짝폴짝, 허공에 붕붕 소리를 내며 줄을 돌린다. 두 발은 모둠 뛰기.
“자, 이번엔 왼손, 왼손으로 줄넘기를 모아 쥐고 폴짝폴짝. 줄이 넘어올 때 뛰는 거야,” 아빠는 딸에게 줄넘기를 가르쳐주기 위해 모든 동작을 단계별로 나누어 찬찬히 설명해주곤 했다. 유난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늘 넘어지기 일수인 나에게 달리기 하는 법도, 줄넘기 넘는 법도,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뜀틀 앞에서 겁이 많아 주춤대는 날 위해 온갖 침구를 쌓아 놓고 연습에 연습, 온 가족의 염원을 담아 마인드 컨트롤을 연습했다. (결국 뜀틀은 넘지 못했다.)
아빠는 늘 두 눈을 보며 말을 한다. 큰 두 눈으로 본인이 아는 모든 것을, 거기에 염려와 걱정과 응원을 담아 매우 세심하게 이야기한다. 때로 마음이 말을 앞서 눈빛이 마음을 전할 때면 건너편 내 두 눈이 와르르 젖어든다.
칠순을 앞둔 아빠는 오늘도 딸내미 넘어질까 미끄러질까 “조심해라” “미끄럽다” “내 손 잡아라”한다. 주말이면 남산 산책로를 걷는다. 아빠 뒤에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긴 팔을 휘휘 저으며 “이따 보자”한다. 나보다 한 뼘쯤 먼저 걷다 뒤를 돌아보고 손을 한번 더 흔든다. 언젠가 내가 앞서는 날이 오겠지. 그때도 난 뒤에서 걸으련다. 저 굽은 등과 휘휘 젓는 두 팔 그리고 수시로 돌아보는 아빠 얼굴을 언제고 계속 따라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