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친구는 보라색이다. 진한 남색과 자주색이 섞인. 짙고 풍부하고 열정적이나 냉철하고 우아하다. 내 친구는 온몸으로 웃는다. 고개를 젖히고 사십오도로 깔깔깔 웃는다. 뽀얗고 말캉말캉한 피부에 머리숱은 내가 이 세상에서 본 누구보다 많다. 아침에 감은 머리는 오후 네 시쯤에나 물기가 사라진 마른 머리가 된다. 뽀얗고 보들보들 말캉말캉 유연한데 속 안에는 장군이 들어가 있어서 못 하는 게 없고, 겁이 나 불안하다고 해서 하려고 하는 것에서 도망가는 법이 없다. 생활에 쉼이 없을 것도 같지만 놀랍게도 게을러, 그게 큰 매력이지.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이고 누가 뭐라 하든 두 손으로 하고야 마는, 그래야 다시 깔깔깔, 되는 사람. 나를 '언니'라고 부르지만 내가 제일 의지하고 위안을 얻는 사람. 내 친구는 보랏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