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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Nov 17. 2018

엄마의 꽃씨

시필사 7일


엄마의 꽃씨
                         이 해 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보내 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엄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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