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 같은 보통날

김밥꽃이 피었어요.

by 카타


요즘은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김밥은 분식점 기본 메뉴를 넘어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케이크 한 조각 사 먹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다.

김밥과 케이크가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이야.


하지만 나는 늘 도시락과 함께 등교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김밥은 소풍 같은 행사날,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엄마가 건강할 때는 나 역시 행사날 엄마가 만든 김밥을 도시락으로 먹을 수 있었지만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후, 김밥이 아닌 일반 도시락을 들고 가야 했다.

평소 도시락보다는 조금 더 맛있는 반찬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김밥을 싸 온 친구들의 도시락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빠가 퇴근길에 김밥 재료를 사 오셨다.

"내일 소풍이잖아."

한 번도 도시락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는데 아빠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있으셨는지

그날 이후로 행사날에 늘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주셨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으셨는지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어도

다양한 재료로 여러 가지 버전의 김밥을 뚝딱 말아서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다.

참치김밥, 김치김밥, 멸치김밥 등등..


나는 학창 시절만 해도 감정표현에 서툴렀던 딸이라 아빠에게 내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반면 구김 없이 밝은 성격이었던 언니는 아무 날도 아닌데 아빠가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주었던 날,

친구들의 정말 맛있다는 극찬에 공중전화부스로 달려가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아빠, 친구들이 김밥 정말 정말 맛있대!"

그 전화 한 통화에 아빠가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좋아했을지 너무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고등학생이 되고 어느 날처럼 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이제는 아빠가 자주 만들어주는 김밥이었다.

김밥을 싸온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일상이 된 김밥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김밥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친구 한 명이 김밥을 입에 넣으며 물어본다.

"오늘 가족 중에 누가 소풍 갔어??"

소풍날도 아닌데 김밥을 싸 왔다니 부러워하는 친구 앞에 머쓱하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날은 집에 와서 아빠에게 친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이야기해 보았다.

"아빠, 오늘 김밥 보더니 친구가 누구 소풍 갔냐고 물어보더라."

아빠는 눈이 보이지 않게 웃으시며

"그래? 아빠가 어떤 아빠냐!"

하면서 으쓱하신다. 작은 말 한마디로 아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착한 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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