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물을 식빵에 입혔지.

아빠는 프렌치토스트를 어떻게 알았을까.

by 카타

학교에서 운동회 연습을 하는 기간은

여름날의 더위와 습기를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날의 연속이다.


아빠는 무더위가 시작하면 도시락과 함께 보리차와 이온음료를 얼려서 준비해 주셨다.

학교까지 들고 가는 걸 퍽이나 귀찮아했지만, 친구들은 나의 시원한 음료수를 늘 부러워했다.

집에서 물을 준비해오지 않는 친구들은 여기저기 다른 친구들의 물을 빼앗아 먹곤 했지만

나에겐 아빠가 전 날 미리 준비해 챙겨주신 시원한 음료수가 있었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일상이었다.

아빠의 도시락 반찬은 가끔은 몹시 서툴렀고, 가끔은 정말 훌륭했다.

조금 탄 듯한 너비아니가 반찬일 때도 있었고, 정성스럽게 구워진 돈가스가 반찬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의 반찬은 늘 최고였다.

아빠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나 역시 처음 먹어보는 메뉴들도 도시락에 등장했다.


색다른 반찬에 대한 어색함을 내색한 적이 없어서였을까.

그 메뉴들은 곧 도시락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빠표 프렌치토스트.


어느 날, 도시락통을 열었는데 이제는 익숙한 토스트가 여러 개 들어있었다.

친구는 나의 도시락을 몹시 부러워했고, 그런 친구의 반응이 나에겐 낯설었다.

친구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권하지 않았던 배려가 무색하게

토스트 하나를 먹어봐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하나 먹어봐도 돼?"

"그냥 계란물 입힌 식빵이야."

젓가락으로 토스트를 하나 집어 친구의 도시락 통에 넣어주었다.

입에 넣기도 전부터 토스트의 맛을 궁금해하며 부러워하던 친구는

너무너무 부드럽고 맛있다는 감탄을 늘어놓는다.

집에서 직접 만든 건지, 어떻게 만든 건지까지 꼼꼼하게 물어본다.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특별한 깨달음을 주었다.

엄마가 만든 밑반찬 담긴 도시락이 친구에겐 평범하듯

나에겐 아빠가 준비해 주는 도시락이 평범했구나.

평범한 나의 도시락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도시락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아빠에게 미안했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빠에게 토스트에 대한 친구의 찬사를 전했다.

늘 그렇듯 아빠는

"맛있다고 하지? 맛있다고 하지?"

같은 대답을 듣기 위해 여러 번 되묻기를 반복하신다.


토스트는 그날 이후로도 여러 번 나의 도시락에 등장했다.

프렌치토스트라는 메뉴를 알지 못했던 우리는

아빠의 요리를 단지 '계란물 입힌 식빵'이라 불렀다.

어른이 되어서야 아빠가 해주던 그 식빵요리가

'프렌치토스트'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불리는 메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그 시절 어떻게 프렌치토스트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새삼스레 궁금하다.


아빠에게 물어보지 못한 말들이 참 많다.

들을 수 없는 대답이라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이전 10화아빠의 마음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