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사!
늘 최고급 재료만을 사용합니다.
아빠는 가정과 직장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셨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하고 우리를 학교까지 바래다준 후
직장으로 출근하는 일상은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서 수업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힘들었는데
아빠는 그 긴 시간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고단함을 가늠할 수 없다.
"아빠는 요리사!"
우리가 아빠의 요리를 맛있게 먹을 때마다 아빠가 웃으면서 했던 말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사용해야 하는 아빠의 요리는 주로 단품메뉴였다.
한 솥 푸짐하게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처음 부엌살림을 시작하면서 즉석제품을 자주 사용했던 아빠는 조금씩 다른 메뉴를 시도하셨다.
한 끼 반찬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재료는 늘 최고급이었던 우리 식탁!
곰탕, 양념 LA갈비, 닭볶음탕, 조기구이는 우리 집 단골 메뉴였다.
소뼈나 꼬리를 푹푹 고아 만든, 세상에서 제일 진할 거라 자부하는 아빠표 곰탕.
곰탕을 끓인 첫날은 함께 삶아진 고기에 김치를 얹어 먹었다.
온종일 끓인 곰탕의 국물은 진하고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덕분에 어느 맛집을 방문해도 곰탕 요리는 늘 미덥지 못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
양념 LA갈비는 시판소스를 사다가 미리 재워두셨다.
사과나 배 같은 달콤한 과일이 있는 날에는 쓱쓱 채 썰어 함께 넣어주는 센스도 발휘.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LA갈비도 어느 순간 철없이 지겨워졌다.
행복이 행복인 줄 몰랐던 기억 속 이야기다.
닭볶음탕은 사이즈가 제법 큰 닭과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를 골고루 넣고 만드셨다.
아빠가 만든 닭볶음탕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다르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빠! 양념은 어떻게 한 거야?"
아빠는 별거 아니라며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레시피를 설명한다.
"닭을 끓이다 마늘을 넣고 된장 조금 넣다가 고추장도 넣고..."
집에 있는 재료를 넣으면 이런 맛이 난다고 하셨다. 큰 도움은 되지 않았던(!) 요리 가이드였다.
한 번이라도 같이 만들어보았다면 아빠맛 닭볶음탕 레시피 비법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식탁에서 생선이 잊힐 때쯤엔 바다생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조기나 굴비를 주렁주렁 사들고 오셨다. 역시 크기가 큰 최상급 생선이었다.
생선의 지느러미와 꼬리, 비늘을 깨끗이 손질한 후 냉동고에 저장해 두셨다.
목욕재계한 생선은 먹을 때마다 튀김옷을 예쁘게 입고 생선구이로 재탄생했다.
비린내 나지 않고 촉촉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는 언제나 맛있었다.
꼼꼼하고 세심한 아빠는 훌륭한 전업주부 못지않았다.
아빠와 우리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빠는 맏며느림감이야."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어떤 곳이든 어떤 모습이든 최선을 다했을 아빠.
우리는 자주, 어쩌면 매일, 아빠와의 시간을 추억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빠의 시간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