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갈치'

갈치가 꽤 길군요.

by 카타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갔던 기억이 때때로 떠오른다. 갖가지 물건이 한데 모여있는 마트라는 곳이 생기기 훨씬 전의 기억이다. 오늘날도 전통시장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릴 때 들렀던 장은 지금의 전통시장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곳이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물건과 채소, 동물이 총집합되어 있는 곳이었으니까. 어린 나에게는 갈 때마다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었다. 그 느낌이 왠지 좋았다.






엄마는 물건값을 비교하고 흥정해서 꼼꼼히 구입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무언가를 허투루 사는 법이 없었다. 내가 모르는 채소나 생선, 물건들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과 질문할 거리들이 늘 한가득이었지만 엄마의 바쁜 걸음에 이끌려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갈치 어떻게 파세요?"

생선가게 앞에서 엄마가 생선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한 후 가격을 묻는다.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보니 엄마 마음에 썩 들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는 결국 갈치를 사지 않았고 나는 종종걸음으로 엄마 손에 끌려갔다.


"엄마, 갈치가 있었어?"

"저기 바로 앞에 있잖아. 갈치."

"어디에?"

엄마는 어디에 있단다 대답하고, 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기를 수차례. 엄마는 걸음이 바쁘다. 결국 엄마 손에 끌려가며 생선가게를 뒤돌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갈치가 없다. 왜 엄마는 없는 갈치를 자꾸만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나는 갈치를 찾지 못했고, 당연히 갈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나는 갈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던 갈치는 생선가게 할머니가 기다란 갈치를 골라 곱게 손질을 하고 몇 조각으로 나누어 토막을 내야만 알아볼 수 있는 <네모란 갈치>였기 때문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토막 낸 갈치가 실제 갈치의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현실 속 갈치란 녀석은 내가 알던 네모란 갈치에 비해 몇 배는 더 기다란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갈치는 네모란 줄 알았어."

"풉."


생선을 굽던 날, 갈치 모양을 오해하고 있던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더니 식사를 하고 있던 아버지가 반찬을 입에 넣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빠도 그랬어."라고 1인칭 시점으로 고쳐 말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빠는 어릴 때도 갈치의 모양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릴 때 갈치가 네모란 줄 알았어."


집 근처 생선가게 앞에서 언니에게도 네모란 갈치 이야기를 슬쩍 꺼내보았다.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닌 걸 보니 갈치가 네모란 줄 알았던 사람은 나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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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경(내돈내산의 사진! 브런치에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구매한 첫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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