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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Feb 18. 2023

너는 내 운명

세상의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다. 




언니는 틈틈이 녀석의 일상을 찍어서 카톡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언니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녀석의 가슴에 예쁜 턱받이 무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주 오래 전, 나무 위에 숨어있던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품에 안겼던 기억이 있다. 3개월쯤 된 어린 냥이가 나무에서 내려와 애옹애옹 울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고 있던 우리는 갑작스레 나타난 새끼고양이를 안아 들고 잠깐 고민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집에 다른 동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을 때였다. 녀석은 우리가 자신을 데려가지 않을 거라는 알았는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유유히 다른 길로 걸어갔다. 십 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우리는 가끔씩 그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미안한 기억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 언니와 더 이상 동물은 키우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는 대화를 나눴다. 또 어느 순간은 마음이 바뀌어서 정말 정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땐 외면하지 말고 '운명이다!' 하고 데려오자고 이야기했다. 그 해 고양이 꿈을 참 많이도 꿨다. 언니는 하늘에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구름이 떠 있었다고 한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자꾸만 고양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회사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처음엔 어떤 녀석을 데려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에 관심을 내려두었다. 만약 데려온다면 평범하지 않게 생긴 녀석을 데려와야겠다는 약간의 욕심이 있었지만 그러기엔 다른 새끼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냥줍을 결심한 날, 내가 데려오게 된 녀석은 그중에서 가장 평범하게 생긴 어설픈 고등어 무늬를 가진 녀석이었다. 오래는 새끼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뜨고 나와 처음 눈을 마주친 녀석이다.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오래를 데려오고 몰랐던 녀석의 특징들을 하나둘 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데려오기 전까지는 알수 없었던 목에 두른 턱받이 무늬, 언발란스한 얼굴 무늬가 대칭적으로 있는 것이 정말 사랑스럽다. 눈 끝에 안경을 쓴 듯한 짙은 갈색 무늬도 예쁘다. 늘 먼치킨이나 스코티쉬폴드 같은 귀여운 특징이 있는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고양이는 다리도 길고 귀도 쫑긋하다. 그래도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녀석이다. 이 녀석 하나로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과 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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