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번째 글을 쓴 나에게, 글벗들에게

글감 : 나를 위한 시상식

by 검도하는 해달


나를 위한 시상식.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글감이다. 언젠가부터 늘 그랬든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해설을 읽어본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올 한 해 가장 치열하게 살아낸 ‘나 자신’에게는 박수가 인색하지 않았나 싶어요.“라는 문구에서 눈길이 잠시 멈춘다. 눈길은 ”시상식의 본질은 아마도 ‘지나간 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일’, 그리고 ‘그동안의 노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일’일 것입니다. 거창한 성과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에서 다시 멈춘다.


평소에도 나 자신에게 박한 편이다. 가족과 있을 때도 언젠가부터 나를 자책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칭찬이 낯설어졌고, 칭찬을 받아도 정말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부터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단톡방에서 ‘연애와 자존감’을 소재로 한 글을 읽었을 때, 그 글을 쓴 분이 부럽기도 했다.


2025년을 한 줄로 요약하면 결혼 생활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그 와중에 작년에 계획한 것과는 달리 진로를 바꾸기로 결정한 해다. 작년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기점으로 일을 줄였음에도 쉽지 않았다. 프리랜서도 이 정도인데 신랑은 얼마나 더 정신 없고 힘들었을까 싶다. 결혼 후에도 적게나마 수업을 했지만 욕심이었는지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학생의 성적을 대폭 올리지도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뿌듯함보다는 입시 교육에 대한 무기력과 회의만 커져 갔다.


그럴수록 본업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며 일탈하고 때론 구겨지고 삐딱해진 마음을 풀며 다른 길, 좋게 말하면 보다 지속 가능한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력 단절을 포함해 앞으로 예상되는 변수나 상황들을 생각하면 풀타임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꾸준히 집안일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동안 해 온 도둑질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영어, 글쓰기와 관련한 것이었다.


매일 한 편씩 모임에서 글을 쓰다 한때는 영어 필사 커뮤니티도 아주 잠깐이나마 꾸려볼까 생각하기도 했고 브런치에도 작가 신청이란 걸 하게 됐으며 출판번역 공부를 시작한 후로는 ‘독립 출판’, ‘1인 출판사’란 단어도 알게 됐다. 앞으로 배울 내용 중 ‘도서 기획서, 검토서 작성’이 어려워서 번역가 지망생들이 과제를 하다가 운다는 말도 들었지만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며 연습해야지 어쩌겠나. 번역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이고 기성 번역가들의 입지도 워낙 견고한 데다 초벌 번역은 점점 AI가 하는 추세라 쉽지는 않다. 지금으로선 한 번에 모든 걸 해내겠다는 욕심보다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내는 것이 목표다.




‘사각사각’에게


‘사각사각’을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됐는지 이제는 가물가물합니다. 그만큼 여기서 보낸 시간이 쌓였다는 뜻이겠지요. 이번 달에는 글감을 확인하면서 예전에 비슷한 글감으로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사과패드 화면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는 해설을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가면서 실마리를 찾기도 했지요.


어떤 날엔 쓰고 나면 내 글이 내 일상만큼 별 볼 일 없는 듯해 한숨을 쉬기도 하고, 어떤 날엔 다른 분이 쓴 글을 읽으며 새로운 일상을 간접 경험하기도 하고, 어떤 날엔 배꼽 빠지게 웃고 또 어떤 날엔 코가 뜨끈뜨근 시큰해지면서 벌개지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불과 며칠 전에 썼듯이 단톡방에 들어온 지 3달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그 전엔 ‘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요. 브런치를 생각하게 된 것도 올 2월 말, 한 분께서 여기 올리는 검도 이야기로 브런치에서 글을 한 번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해주셔서입니다. 그 길로 2달 뒤 브런치 작가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모두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글 쓰는 데 근육이 붙기 시작한 거요. 어느 순간부터 한 문단에 한 가지 내용 담기, 문장 길이를 달리 하면서 쓰기, 비교와 대조하면서 쓰기, 인용하기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투박하지만 서평도 쓰기 시작했고요.


글을 쓰면서 올 한 해 제 글쓰기는 한층 성장했고, 그 사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이 단톡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분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상은 아니지만 제 마음대로 타이틀을 붙인 상을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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