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어, 우리

by 이면

한참 방황하던 청소년 시기, 나는 틈만 나면 옷장에 꼭꼭 숨곤 했다. 부디 나를 찾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걸까.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 지쳐버렸다. 그렇게 어떤 날부터 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마음의 문을 닫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꼭꼭 숨어 있는 나를 누군가 꺼내주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난 내가 잠근 그 마음의 문을 스스로 열어야만 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가 스스로 옷장에서 나오게 만들었다. 공격성이라는 슬픔을 갖고서.


그 공격성으로 많은 사람을 할퀴었다. 특히, 엄마를 참 많이도 할퀴었다. 사실 우리는 서로를 할퀴었다. 온기가 필요하다고, 사랑이 필요하다고, 그저 행복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서로를 할퀴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모진 말로, 거친 행동으로 상처를 냈다. 그래서였다. 포옹으로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엄마가 포옹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매일매일 꼭 안아주었다. 처음엔 나는 이게 뭐냐고, 엄마를 핀잔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단 한 번도 그 포옹을 거절한 적은 없었다. 그 후로부터 공격성은 조금씩 줄어갔다.


폭풍이 한 번 지나간 후엔 주변은 온통 무너지고 부서진 것들 뿐이다. 내 주변도 그랬다. 공격성이 차츰 줄어간 뒤부터 주변을 돌아보니 온통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뿐인 것만 같았다. 나 스스로가 무섭고 두려웠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끔은 스스로가 무섭고 두렵지만, 안전한 사람이라는 격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스스로가 무섭고 두려운 상태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한때는 엄마와 맞는 성향의 딸이었다면 우리가 덜 힘들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다시 젊을 때도 돌아간다면,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는 엄마에게 어느 날 그 이유를 물었다. 엄마는 너무 사랑해서 힘들었다고 답했다. 나 또한 사랑해서 힘들었던 그 관계에서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듦을 우리 둘 다 놓지 않고 잘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깊음을 얻었다. 그 깊음은 아픔을 지나 이해로 얻어진 것이었다. 엄마는 나를, 나는 엄마를 아파했고, 이해하려고 했고, 그렇게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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