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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회, 그리고 '자본의 자유'

by 이면

좋든 싫든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현시대에 자본이라고 불리는 '돈'은 삶에 중요한 효용과 가치를 지닌다. 이것은 개인에게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다. 국가단위로도 통용되고 있다. 그러니 돈을 어떻게 배정하고 사용하는가 즉, 돈을 어떻게 굴리는 가는 개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서는 재정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따라 각 삶의 영역의 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가가 교육에 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면,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복지에 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면, 복지의 질이 달라진다.


현재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 내어,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전부터 경제학계에서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때는, 한국전쟁 이후 매우 가난한 시기였다. 이에 경제적인 성장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이젠 경제적 목표는 달성했으니, 그때 놓쳤던 '사람' 그리고 '복지'에 대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때이다. 당시 문교부 (현 교육부)의 교육정책은 '인간개조'로 국가에 필요한 인력자원을 양성하는 것이 주된 교육정책이었다. 이에 학생들은 통제의 대상으로 두었고, 학교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르지 않으면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사회가 제시하는 방향에서 벗어나면 '문제아', 혹은 '사회 도태'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가 되었을 진 모르나, 개개인의 삶은 존중중하지 않는, 오히려 개개인의 삶을 소외 배제시켜 내는 정책이었다.


'작금의 한국은 1960년대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약 70년 전 전쟁직후 상황에는 경제적 성장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 이상 개인을 통제 및 사회자원으로 여기는 정책을 이행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 하에 개인의 존엄성과 행복이 국가의 중대한 임무인 것이다. 그러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부재해서, 자본이 두려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게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자유는 자본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쓰고, 삶을 점점 안정적이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열심히 일하면 내 몸을 누일 곳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싶으면 하고, 아이를 낳고 싶다면 낳아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돈 걱정' 때문에 막혀서는 안 된다. 개개인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의미는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릴 수 없는 것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 탓이라고 말하기엔 국가가 제시하는 노동, 돌봄, 양육의 질과 자원이 매우 부족한 현실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개개인의 권리 이행이다.


2021년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 ‘삶의 의미’ 조사결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경제선진국 17개국 중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1위가 ‘물질적 풍요/안정적 삶의 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이 물질만능주의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일부 동의하지만, 물질만능주의가 된 배경,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 나타내기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개개인을 비판하는 내용은 선뜻 납득이 되진 않았다. 즉, 물질적 풍요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정책부터 사회분위기까지 구조적인 문제를 보기 이전에 개인을 겨냥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구조적인 문제가 개인을 겨냥하는 흐름은 대안점을 시행하기 위한 논의라기보다는 어떤 거센 감정적인 호소로 끝내기 위함인 것 같기도 하다. 의사파업을 하고 있다면 의사를 겨냥한다. 학교문제에서는 교사나 학부모 혹은 학생을 겨냥한다. 정치문제에서는 한 정치인을 겨냥한다. 대통령도 대통령만을 겨냥 한다. 미디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막강하다. 2016년 정유라 특혜의혹에 총장 사퇴를 요구했던 이화여대에 경찰 1,600명 투입, 2024년 3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의 연구개발 삭감 항의로 사복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된 사건, 2024년 11월 부경대 윤석열 대통령 국민투표 불허에 저항하는 시위에 경찰 200명 투입이 반증이다.


의사협회 구조, 학교의 구조, 정치의 구조, 대학교의 구조가 안정적인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개개인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성숙한 논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개개인의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국회의원은 내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가계부 영수증을 보듯 꼼꼼하게 확인을 해야 한다. 돈이라는 게 그렇듯 세금을 미래자금 인식하지 못한다면, 내 자산 전반은 매달 자동이체 되는 신용카드 알림 서비스 300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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